심판합의판정제도 시행 첫날인 22일 사직 롯데-삼성전에 앞서 덕아웃에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1루측 롯데 덕아웃 뒤편에 TV가 새롭게 설치되면서 비디오 판독을 준비하는 부산한 모습이었다. 사직|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 심판 합의 판정 비디오 판독제 첫날
김시진 “스마트폰 중계 늦어 놓칠수도”
송일수·이만수 “횟수 제한…항의 신중”
후반기가 시작된 22일 사직구장. 경기 전 홈팀인 롯데가 덕아웃으로 사용하는 1루 덕아웃 뒤쪽이 시끄러웠다. 알고 보니 인부들이 덕아웃으로 출입하는 복도 벽에 대형 LED TV를 설치하고 있는 것이었다.
규정상 덕아웃 내에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비롯해 전자장비를 들여놓을 수 없다. 다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덕아웃 뒤나 관중석에서는 TV를 비롯한 전자장비를 활용해 구단 직원이 TV중계를 시청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런데 최초 판정이 이뤄진 뒤 30초 이내(이닝교대나 경기종료 시에는 10초 이내)에 감독이 심판에게 합의판정을 요청해야 하기 때문에, 롯데는 아예 덕아웃 바로 뒤에 TV를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케이블TV도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보다 5∼6초 늦게 중계를 탄다. 집사람이 ‘집에서 야구를 볼 때 야구장에서 뭔가 일이 벌어져 팬들의 함성이 들리는데 TV 중계에서는 투수가 와인드업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 스마트폰이나 DMB 등으로 경기중계를 보면 TV로 보는 것보다 늦게 중계된다. 조금이라도 빨리 화면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이와 함께 선수단 미팅을 통해 약속을 정하기도 했다. 오심이 발생했을 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선수와 코치가 감독에게 양손으로 TV를 뜻하는 네모 모양을 크게 그리도록 했다.
곧이어 원정 삼성 선수단이 사직구장에 도착했다. 류중일 감독은 “롯데에서 1루 쪽 덕아웃 바로 뒤에 TV를 달았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 구단 직원에게 “원정 팀에도 똑같이 TV 설치해달라고 롯데에 부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감독은 “그렇잖아도 KIA에서 우리 구단에 연락이 왔다. 대구구장이 열악해 TV를 달아줄 데가 마땅치 않지만 우리는 덕아웃 뒤 원정 라커룸에 TV를 설치해주기로 했다. 이런 건 KBO에 공식적으로 요청해 전 구장에 홈·원정 가리지 말고 공평하게 TV를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제도에 대한 부담은 심판도 마찬가지였다. 한 심판은 “만약 요청이 들어오면 심판실에 모여 영상을 보며 합의하게 된다”며 “우리도 판정에 더욱 신중해져야 할 것 같다”고 긴장감을 드러냈다.
한편 합의판정 시행 첫날인 이날 감독의 요청은 한 건도 없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한 번 갈등을 하다 들어가는 장면은 있었다. 3회말 1사 2루서 투수 견제구에 2루주자 손아섭이 슬라이딩으로 귀루하는 장면에서 2루수 나바로가 태그를 했는데, 심판의 세이프 판정이 나오자 큰 동작으로 아쉬움을 표했다. 류 감독이 덕아웃 난간 앞으로 나올까말까 하는 순간 유격수 김상수가 ‘아니다’는 수신호를 해 류 감독은 덕아웃으로 철수했다. TV 리플레이 화면상으로 세이프였다.
사직|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