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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와 설탕이 잘 녹아든 커피같은 평론”

입력 | 2014-07-23 03:00:00

음악인-클래식 애호가 100여명, 故안동림 선생 추모음악회 열어




22일 ‘고 안동림 선생 추모음악회’에서 브루흐의 ‘콜니드라이’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홍청의 씨(왼쪽)와 첼리스트 김해은 씨. 현암사 제공

“안동림 선생의 클래식 평론은 우유와 설탕이 잘 녹아든 커피를 마시는 느낌을 들게 했어. 그만큼 술술 머릿속에 들어왔고, 소화하기 쉬웠지. 안 선생은 하늘나라로 갔지만, 그가 늘 내 마음속에 머물고 있는 기분이야.”

22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풍월당 5층 소극장에서 열린 ‘고 안동림 선생 추모음악회’. 이곳을 찾은 1세대 음악 평론가 이순열 씨(79·전 동아일보 출판국 출판위원)는 이렇게 고인을 회상한 뒤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추모 음악회에는 고인의 제자와 지인, 클래식 애호가 등 100여 명이 찾았다. 음악회 사회를 본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클래식 음악의 교과서라 불리는 ‘이 한 장의 명반’을 고등학교 시절 처음 읽었다”며 “안 선생님은 젊은 세대들에게 과거의 미덕을 전해주는 스승이었다”고 말했다.

음악회는 고인의 저서 ‘이 한 장의 명반’에서 발췌한 글귀와 이에 해당하는 베토벤, 바흐의 음악 선율, 고인의 사진으로 구성된 5분가량의 영상을 보여주며 시작됐다. 영상이 나오는 동안 흐느끼는 관객이 적지 않았다.

이어 고인의 제자들이 연주에 나섰다. 중앙대 이연화 교수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중 2악장 아다지오 칸타빌레와 쇼팽의 발라드 1번을 연주했다. 뒤이어 첼리스트 김해은과 피아니스트 홍청의가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를 함께 연주했다. 서정적 선율의 연주곡들은 유가족의 요청으로 선곡됐다.

이날 추모 음악회는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지 못한 지인들을 위해 마련됐다. 유가족들은 평소 “번거롭지 않게, 소박하나 따뜻하게 후사를 치러 달라. 종이함 유골에 담아 일체의 장식 없는 묘를 써 달라”고 당부한 고인의 유지에 따라 직계가족만 모여 장례를 치렀기 때문이다. 부고 소식도 별세 9일 뒤인 10일에야 알려졌다. 장녀 안영호 씨는 “아버지의 뜻에 따른 것이지만 아버지를 잘 아는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음악이 따스하게 흐르는 오늘의 연주회가 진짜 장례식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한동안 눈물을 긋지 못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