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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안전, 이곳에서부터/이원호]연립주택 빌라, 안전한가

입력 | 2014-07-23 03:00:00


장마가 오래 지속되면 다가구주택의 피해도 커진다. 지난해 7월 서울 은평구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장맛비 때문에 축대 벽이 무너져 주변에 방수포를 둘러친 모습. 동아일보DB

이원호 광운대 교수

한국 사회는 1970년대 이후 서울 등 대도시로 막대한 인구가 유입되면서 1980년대 후반까지 짧은 기간에 연립주택 빌라로 불리는 3층 이하 주거건물들이 대거 지어졌다.

그런데 이 건물들은 내진설계나 구조 안전성 검토가 배재된 상황에서 소규모 영세 시공업자들이 공사를 한 곳이 대부분이다. 벽돌 또는 블록을 쌓아올린 ‘비보강 조적조’ 건축물들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진이나 지반 침하가 일어나면 붕괴 위험이 높다. 벽체와 벽체, 벽체와 슬래브 등의 접합부가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외력이 작용할 때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의 경우 이런 형태의 건물들이 지진으로 붕괴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경우가 종종 보도됐다. 2008년 5월 12일 발생한 중국 쓰촨 성 지진, 2009년 4월 이탈리아 라퀼라 지진, 2010년 1월 아이티 지진, 2011년 2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등이 그런 사례다. 특히 지진에 취약한 3층 미만 주거 건물들은 대규모가 아닌 중간 규모 이상의 지진에도 큰 피해가 생긴다. 우리는 지진이 잦은 나라는 아니지만 리히터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국내에서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므로 안전점검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지진보다 두려운 것은 연립주택이나 빌라가 폭발이나 화재의 취약 지구라는 점이다. 도시가스 시설 배관 폭발 시 연쇄 폭발 우려도 있다. 최근 규제 완화 조치에 따라 주거지역 근처에도 가스충전소 시설을 지을 수 있게 됐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높다. 전국 실태조사 등이 필요한 대목이다.

2007년 5월 2일 발생한 공덕시장 화재, 2013년 2월 17일 발생한 인사동 화재는 밀집 주거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어떤 상황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건물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방화구획 및 소방도로가 확보되지 않아 소방차 진입도 어렵다. 수시로 점검해 소방차 진입로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율소방대를 구성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집중 홍보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전문 소방방재로봇 장비 등의 개발 및 보급이 요구된다. 또 대피경보가 발령될 때의 주민행동요령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도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장마와 집중호우 피해도 대비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 경사지에 조성된 대단지는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암반 붕괴 우려 지역의 철망 고장 등 붕괴로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 곳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부산 지역 등과 같은 해변 지대에서는 전면조사 및 대비 의무화, 창유리 파손은 물론이고 정전, 누전에 의한 폭발 피해 등 대비책 강구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전 안전조치 미확보로 인한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보를 시민에게 보내야 한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소규모 개인주택의 리모델링 공사에도 안전성 확보를 위한 강제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공용 연수를 초과한 건물의 경우 무리한 보수 및 보강을 지양하고, 개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원호 광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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