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약국 허용을…’에 대한 반론
《 컨슈머워치는 소비자 입장에서 바꿨으면 하고 바라는 제도들을 소개합니다. 지난 회에 실린 ‘법인약국 허용하라’라는 의견에 반박하는 원고가 와서 싣습니다.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한 소통의 시대입니다. 활발한 논의를 바라는 차원에서 컨슈머워치의 문제 제기에 대한 반론도 기대합니다.<오피니언팀 편집자 주> 》
이규삼 약사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의 차이를 약국으로 비유하자면 평범한 동네약국과 대형 법인이 운영하는 약국이 될 듯싶다. 대형 법인약국이 허용되면 처음에는 호객을 위해 가격을 내릴지라도 차차 독점권이 강해지면서 가격이 더 비싸질 것이다. ‘많이 팔수록 이익도 많이 남는다’는 기업형 법인약국의 영리 욕심은 결국 불필요한 약과 건강기능식품을 많이 먹이는 소비 유도를 낳을 것이다. 의약품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효능이 있지만 이와 함께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에 신중한 사용이 필요하다. 환자 증상에 따라 필요한 적정량만을 복용해야 하며 무분별한 의약품 복용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다.
일자리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법인약국 하나가 종업원이나 근무약사 20∼30명을 고용할 수 있을까? 기업화된 법인약국은 효율성을 무기로 인건비를 줄이고 영업이익을 높이려는 기업경영 방식에 의존할 것이다. 노르웨이의 경우 법인약국 도입 전인 2000년 약국당 약사 수는 2.2명, 종업원 수는 15.5명 등 17.7명이었던 것이 법인약국 도입 후인 2005년 약국당 약사 수는 1.8명, 종업원 수는 11.5명 등 13.3명으로 감소했다. 대기업이 발전하는 것보다 전체 중소기업이 강한 나라가 진정한 소득 분배와 국력 향상을 가져오듯이 동네약국이 발달한 나라야말로 가장 균형 있는 보건의료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규삼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