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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창업을 원한다고요? 그렇다면 창업의 ‘A TO Z’를…

입력 | 2014-07-23 14:18:00


이병학 교수는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학생들이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내용을 설명한다.


"여러분이 대학로(익산 원광대 부근에 있는 상가 밀집 지역)에 치킨 집을 열겠다고 마음먹었으면 꼭 상권분석을 해야 합니다."

40여명에 달하는 수강생들은 이병학 원광대 정보전자 상거래학과 겸임교수의 '창업성공전략' 강의에 귀를 쫑긋 세운다. 이 교수는 '소상공인 상권정보 시스템'을 능숙하게 다루며 "반경 500m이내에 치킨집이 몇 개 있죠? 3개 정도 있네요. 협의의 상권에는 3개인데 광의의 상권에는 몇 개가 있을까요? 범위를 넓히면 됩니다. 자, 범위를 넓혔습니다. 아까보다 더 많죠?"

학생들은 인터넷에 창업 준비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가 많은 것에 놀라며 "저런 것도 있었네"라고 중얼거렸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현장을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됐는지 "인터넷만 의존하면 안 됩니다. 최소 1주일 정도는 저 가게 앞에 서서 언제 손님이 많이 오는지, 어떤 종류의 치킨이 잘 팔리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상권 분석입니다"라며 발품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창업성공전략'은 원광대 경영학부가 여름 계절학기에 개설한 과목 중 하나다. 2014년도 1학기 내내 학생들로부터 반응이 좋자 계절학기에 다시 연 것이다. 강의는 16주 과정을 4주로 압축한 속성코스. 기자가 강의실을 찾은 오후 3시경 학생들은 오후 내내 수업을 듣는 강행군이었지만 몰입도는 여전히 높았다.

취업이 전쟁이라는 불리는 시대에 대학생 창업은 드물지 않은 일이 됐다. 패기와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청년들의 창업성공사례가 늘어나면서 취업에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창업으로 자신의 꿈을 펼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창업의 성공률은 1%의 미만. 따라서 낙관적으로 접근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이 교수의 '창업성공전략'처럼 창업의 'A TO Z'를 알려주는 과목이 필요한 이유다.

수강생인 위다지 씨(경영학부 4년·24)는 "취업과 창업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취업을 선택하겠어요. 가장 큰 이유는 창업 후 3개월을 버틸 수 있는 여유 자금이 없으면 안 된다는 교수님 말씀을 듣고 창업이 보통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위씨의 반응에서 보듯 이 강좌는 창업에 대해 막연하게 동경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창업은 환상이 아니며, 냉혹한 현실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역할도 한다.

창업성공전략을 강의중인 이병학 교수. 하루 종일 이어지는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교수는 '자기만의 컨텐츠'와 '전문지식'이 있을 때만 창업이 가능하다고 못 박는다. 남들과 차별성이 없는 아이템으로 창업해서는 실패하기 쉬우며, 자기만의 독특함과 전문지식으로 무장했을 됐을 때 비로소 창업할 수 있다는 것. 힘들게 창업을 한 이후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SNS활용을 든다. "인터넷의 블로그와 카페, 모바일의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으로 대표되는 SNS 활용은 자기 브랜드화에 매우 유용한 도구들입니다. 창업주들은 SNS기반에서 고객들과 소통을 해야만 저렴한 비용으로 단시일 내에 홍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SNS 활용은 매출 증대로도 이어진다고 이 교수는 강조한다. 네티즌들은 검색을 통해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찾기 때문에 블로그나 카페활동을 활발히 하면 검색에 걸릴 확률이 높아 매출 신장에 도움을 준다는 것. 그러면서 자신이 최근 컨설팅 중인 '성근 양봉원'의 블로그 마켓팅을 예로 들었다. 블로그를 개설하고 나서 개설 전보다 매출이 30~40% 늘어났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란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20,30대 청년 창업자를 강사로 초빙한다고. 4번의 특강 중에서 강범구 강사의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의 비전 만들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는 강현성 씨(생명과학부 4년·25)는 그 이유로 "교수님이 긍정의 마인드가 창업 후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중요하다고 했지만, 잘 와 닿지 않았는데 온갖 어려움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겨낸 실제의 사례를 자세히 들으며 '나도 할 수 있다'란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강범구 씨는 강사를 양성하는 1인 기업의 창업주다. 외부 강사의 강연 못지않게 이 교수의 경험담 또한 학생들에게는 산지식이다. 위다지 씨는 "대학에서 보는 세상과 교수님이 경험한 세상이 너무 달라 '세상이 녹녹치 않음'을 배우는 것도 큰 소득"이라고 말한다.

80%가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진학률 속에는 200만 명이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졸 실업이라는 그늘도 숨어있다. 좋은 일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넘쳐나는 대학 졸업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방학 중 화장품 회사에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젤 타입 오토 아이라이너'를 들고 창업에 나서는 배문혁 씨(원광대 국문과4년·27)는 "창업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창업에 겁먹는 게 문제입니다. 성공은 힘들겠지만 도전해 볼만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를 가르쳤던 이병학 교수는 강의 시간에 "여러분의 창업 아이템이 좋으면 나도 투자할 테니 열심히 찾아보세요" 라고 학생들의 도전의식을 북돋운다. 대학과 교수는 제자들을 아무준비 없이 '사회의 정글'로 내보내지 않는다. 준비하고, 도전하라! 이 교수나 배 씨의 말 속에 대졸 실업을 푸는 열쇠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 그 전에 어딘가에 반드시 열쇠가 있을 것을 희망해 본다.

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익산=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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