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경주캠퍼스 이계영 총장
"사람들은 경주를 흔히 신라 천년의 고도이고, 문화재 도시로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주에 산업단지가 8개나 있다고 하면 깜짝 놀랍니다. 바로 옆에는 포항 철강단지, 울산 조선·자동차 산업단지가 있습니다. 또 1시간 거리에 대구 부산 등 1000만 명 이상이 살고 있습니다. 경주는 단순한 문화관광의 도시가 아니라 인적 물적 수요와 공급도 많은 도시입니다. 저는 여기에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살길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이계영 총장은 2012년 12월 어려운 상황에서 총장에 취임했다. 그리고 줄곧 동국대 경주캠퍼스의 '살길'을 고민했다. 당시 경주캠퍼스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경주캠퍼스가 설립 33년 만인 2011년 서울 캠퍼스와 인적 재정적으로 분리되면서 자율책임 경영체제로 바뀐 것이고, 2012년엔 정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분류되면서 재정 확충이 어려워진 것.
바로 그 시기에 경주캠퍼스를 맡게 된 이 총장은 학교 운영의 효율을 높이고, 지역의 중심대학으로 파고들지 않으면 살 수 없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내놓은 게 3대 목표. 학과중심 경영체제, 행정조직 슬림화, 지역중심 체제구축이었다.
이 총장은 "학과와 행정조직을 줄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가 취임 1년 8개월 동안 가장 신경 쓴 것은 학과 통폐합. 경주캠퍼스는 1978년 10개 학과 400명으로 시작해 41개 학과 9780명으로 늘어나면서 학과 간의 벽이 높아지고 경직돼 버렸다. 시너지 효과 없이 학과 간 칸막이만 높아서는 공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수와 학생, 심지어 동문들까지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그 결과 41개 학과를 30개로 줄였다. 그는 "자발적으로 이렇게 심하게 구조조정을 한 대학은 우리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이계영 총장
그는 설득의 방법으로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이 방법은 주효했다.
"현재의 몸집과 학과로는 앞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 성과를 내려면 지금 바로 변해야 한다. 따져보자. 예컨대 미술학과와 불교미술학과가 있는데 학생 40명에 교수 3, 4명으로 무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겠느냐. 둘을 합치면 교수도 늘고 시너지 효과도 날 것이다.' 그리고 학교 현실에 대한 정보도 모두 공개했다. '본인이 총장이라고 생각해보라. 대안이 있는지. 나는 서류상의 총장이고 일은 여러분이 하는 것이다.' 이렇게 소통하니 일이 됐다. 불통은 결국 정보의 단절에서 온다. 정보를 공개하니 소통이 되고 일도 쉬워졌다."
이 총장은 학과 통폐합 과정에서도 미래를 생각했다. 그래서 여러 학과를 없애고 합치면서도 기계부품시스템공학과와 의생명공학과를 신설했다. 기계부품시스템공학과는 경주시내 산업단지와 주변의 포스코단지, 울산공단을 겨냥한 것이다. 의생명공학과의 신설은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경희대 원광대와 더불어 양한방이 함께 있는 대학이라는 강점을 살린 것이다. 물론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 구축도 염두에 뒀다.
그는 "무엇보다 경주캠퍼스가 강점을 보여 온 인문학 분야를 살려나가야 한다"면서도 "앞으로 현실에 맞춰 자연과학 계열을 더 늘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초기에는 인문학과 자연과학 비율이 8 대 2였으나 지금은 6 대 4 정도다. 또 이 학교가 자랑하는 학과로는 원자력·에너지시스템 공학과가 있다. 주변에 있는 고리 원전이나 월성 원전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로 2008년에 만들었다. 요즘은 가장 잘나가는 학과다.
이 총장이 학교 효율화에도 신경을 쓴 것은 주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학교가 생긴지 36년이나 됐지만 그동안 경주시와의 교류는 산발적이었다. 교류를 보다 체계화하기 위해 올해 재능나눔센터를 만들었다. 먼저 교수와 직원,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체계화했다. 1차로 경주시 경주교육청과 함께 초중등학교와 연계해 소외 학생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참가했던 학생들은 "나눠줄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가보니 할 게 있었다"고 뿌듯해 했다.
포항 울산과는 교류가 전혀 없었는데 올해 '인재교육원 포항분원'을 새로 만들었다. 포항에 포스텍(포항공대)과 한동대가 있지만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인문학적 강점이 있으니 교수들의 강의를 통해 지역주민과 접촉을 늘려나가겠다는 시도다.
끝으로 앞으로 할 일에 대해 물었다. 이 총장은 "산학 협력의 기틀을 마련하고 시스템을 정착시키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욕은 먹게 된다면 나 혼자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경주=윤양섭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