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마디로 발군 그 자체다. 왜 대학팀에서 뛰고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알고 보니 프로 진출을 의도적으로 미루고 대학에 진학했단다. 고려대의 전천후 공격수 김건희(19) 얘기다.
김건희는 16일부터 강원 태백에서 열린 제45회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 예선 2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을 3승으로 이끌며 32강에 올려놓았다. 3월 경남 통영에서 열린 제50회 전국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도 5골 5도움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김건희는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의 유소년 팀인 매탄고 출신이다. 바로 프로팀에 갈 수도 있었지만 서정원 수원 감독(44)과 서동원 고려대 감독(41)이 "프로에 바로 진출하는 것보다 대학에서 기량을 쌓고 가는 게 도움이 된다"고 일치된 의견으로 권유해 대학에 간 경우다. 고교 때 아무리 잘해도 프로에 가면 선배들에게 밀려 벤치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그럴 바엔 대학에서 충분히 출전기회를 잡으며 기량을 쌓는 게 좋다는 판단이었다.
김건희는 전주 삼천남초교 1학년 때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지켜본 뒤 '제2의 박지성'을 꿈꾸며 2학년 때부터 축구화를 신었다. 5학년 때 전남 드래곤즈 산하 축구 명문 전남 광양제철초로 전학 갔고 광양제철중을 거쳐 매탄고에 진학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186cm, 79kg의 탄탄한 체격으로 미드필더와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서동원 감독은 "김건희는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골을 잡아낸다. 양발을 다 사용하고 슈팅이 정확하다. 순간 스피드와 슈팅 타이밍 등 세밀한 부분을 다듬으면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성공 스토리'는 대학과 프로가 상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이 고등학교와 프로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면 모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축구도 매년 100명 정도가 J리그 1부에 진출하는데 대학출신이 60명가량이나 된다. 그만큼 대학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고려대는 24일 광주대와 32강전을 벌인다.
태백=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