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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진핑 ‘한국 중시’ 진심이라면 탈북자 북송 말라

입력 | 2014-07-24 03:00:00


중국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검거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달 옌지를 방문한 북한 피바다가극단 소속의 피아니스트가 사라진 이후 중국 공안은 북-중 접경지역뿐 아니라 칭다오와 쿤밍에서도 탈북자를 무더기로 잡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대상에는 이들의 한국행을 돕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과 맺은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무색할 지경이다.

칭다오 등에서 검거된 일부 탈북자는 북한과의 국경지역인 투먼으로 이미 이송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외교부는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강제 북송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안전하고 신속하게 갈 수 있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중국의 협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목숨을 걸고 자유의 땅을 찾아 나선 이들이 다시 사지(死地)로 끌려가지 않도록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중국과 교섭해야 한다.

중국은 ‘탈북자들을 어떤 이유로든 강제 북송해서는 안 된다’는 유엔의 권고를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탈북자는 중국과 북한이 주장하는 불법 월경자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이들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과 생존권을 찾아 북한을 탈출했다. 인권에 관한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와 규범에 비추어서도 중국이 이들을 북한에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

시 주석은 최근 한국 방문 때 서울대 강연에서 한국과 중국이 일본에 함께 맞서 싸운 임진왜란과 광복군의 예를 들며 수천 년에 걸친 양국의 인연을 강조했다. 병자호란 등 우리에게 고통을 준 일은 언급하지 않고 한중의 우호와 친선을 언급한 것은 미래를 보고 함께 나아가자는 뜻일 것이다. 시 주석이 강조한 한중관계 발언의 진실성도 중국이 탈북자 문제를 비롯한 현안들을 어떻게 처리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시 주석과 박 대통령은 서로를 ‘오랜 친구(老朋友)’라고 부르는 사이다. 두 정상은 지난해 정상회담에서도 탈북자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시 주석은 탈북자 문제를 국제사회가 공감할 수 있도록 처리해 한중관계를 더 돈독히 하고, 북한에는 인권 탄압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