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사망/꼬리 무는 의혹] 정치권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 부패 심해 신원 알아보기 힘들어 경찰 “손대지 않은 첫발견때 사진”, 검찰 “옷에 손대… 감식뒤 찍은 것”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이 처음 발견됐을 당시의 현장사진이 23일 정치권을 중심으로 유포됐다. 시신의 머리가 백골화돼 있고,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난 이 사진만 보면 유 전 회장이라고 상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시신 발견 당시 초동 대응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경찰 내부에서 의도적으로 유출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 유 전 회장의 시신 현장사진이 국회 관계자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졌다. 이 사진은 순천경찰서 감식팀이 지난달 12일 최초 신고를 받고 전남 순천시 서면의 한 매실밭에 출동한 뒤 찍은 것이다.
이 사진 속의 유 전 회장 시신은 상의를 목 부분까지 올려 배와 가슴이 모두 드러난 상태다. 겉에 이탈리아 고가 브랜드인 ‘로로피아나’ 점퍼를 입고 있었지만 풀어헤쳐져 있고, 안에 입었던 내복은 목 위까지 올려져 있다. 벙거지 모자를 베고 왼쪽으로 고개를 약간 돌린 모습은 전날 경찰 발표처럼 잠을 자는 것과 비슷해 보였지만 상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달랐다.
특히 사진 속의 유 전 회장 시신 모습은 하의도 약간 벗겨진 상태였다. 지퍼를 내린 채 바지를 골반 정도까지 내렸고 아랫배 부분은 구더기로 하얗게 뒤덮여 식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별장 벽장 속에서 발견된 돈다발 검찰이 23일 인천지검에서 지난달 27일 전남 순천시 ‘숲 속의 추억’ 별장에서 찾아낸 현금을 공개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숨었던 별장 2층 통나무 벽 안 은신처에서는 현금 8억3000만 원과 미화 16만 달러가 담긴 여행용 가방 2개가 발견됐다. 채널A 제공
해당 사진에 대해 검찰 측은 “백골화가 진행돼 있어 변사체의 성별을 확인하기 위해 바지를 내려 확인했던 것”이라며 “시신의 부패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내복도 위로 끌어올려서 촬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초 변사 발생 보고서에는 이 사진 외에 여러 사진이 첨부돼 있고, 시신의 특징에도 내복이나 바지가 벗겨져 있다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는 것.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시신 발견 현장에 처음 출동하면서 찍은 사진으로 손대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다르게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수사당국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돌며 수사 경과를 설명한 이후 문제의 사진이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