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본보 보도를 통해 공개된 이상의 친필 연서(戀書)의 수신인은 당시 23세의 이혼녀인 소설가 최정희 씨(1912∼1990). ‘나는 진정 네가 좋다. 네 작은 입이 좋고 목덜미가 좋고 볼따구니도 좋다.’ 1935년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3장짜리 편지엔 진솔한 구애(求愛)의 표현이 넘친다. 하지만 최 씨는 처자식이 있던 작가 파인 김동환을 만나고 있었다. ‘이젠 당신이 이상하게 미워지려고까지 합니다’란 구절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쓸쓸한 고백이었다.
▷문학평론가 정규웅 씨에 따르면 최 씨는 타고난 미모에 특유의 여성다움으로 일찍부터 문단의 모든 남성에게 애인이요, 누님으로 통했다. 최 씨는 파인과의 사이에 두 딸(김지원, 채원)을 두었는데 어머니를 빼닮은 자매는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상의 러브레터는 채원 씨가 고인의 편지를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 편지를 검토한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는 ‘정희’란 인물이 등장한 ‘종생기’에 대해 최 씨를 모델로 한 작품으로 추정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