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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시신 발견땐 수거않고… 뒤늦게 ‘지팡이 수색 작전’

입력 | 2014-07-24 03:00:00

[유병언 사망/허점투성이 검경]
신고자 박씨가 지팡이 가져갔지만… 부인이 “재수없다” 말해 개울에 버려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시신 주변에서 스쿠알렌을 확인하고도 윗선에 보고하지 않고 봇짐에 사용하던 지팡이도 수거하지 않는 부실 초동수사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전남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농부 박윤석 씨(77)가 6월 12일 오전 9시 6분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 밭에서 시신을 발견해 112에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은 서면파출소 정모 경위(50) 등 경찰관 2명이 같은 날 오전 9시 14분 매실 밭에 도착해 현장보존 조치를 취했다.

조모 경위(53) 등 순천경찰서 강력1팀 형사 4명과 과학수사계 양모 경위(57)는 같은 날 오전 9시 40분 매실 밭에 도착해 현장감식을 시작했다. 강력1팀은 유 전 회장 추적 전담팀이었다. 감식 과정에서 천 가방에서 8.5cm 길이의 스쿠알렌 병을 발견했지만 무심코 넘어갔다.

윤모 순천경찰서 형사과장이 시신에 특이한 점이 없느냐고 묻자 “전형적인 노숙인 같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경위 등은 “스쿠알렌 병에 세모라는 상호가 적혀 있지 않아 노숙인이 경품으로 받은 것으로 생각했다. 실수를 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된 스쿠알렌 병에는 ASA라는 상호가 적혀 있었다.

시신 옆에 놓인 천 가방에 걸려 있던 지팡이와 가방에 들어 있던 매실 5알, 산열매 정금도 수거하지 않고 버렸다. 지팡이는 신고자 박 씨가 챙겼지만 부인이 ‘재수 없다. 버려라’고 해 개울에 던져버렸다. 지팡이가 범행 도구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23일 경찰관들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다. 매실, 정금은 유 전 회장이 산속을 헤매며 음식물을 제대로 먹지 못해 아사했거나 기력이 다해 자연사했다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었다.

경찰의 안이한 초동대응, 검경 정보 공유 부족 등으로 유 전 회장 신원확인이 40일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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