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앞으로 저는 복권 사지 않아도 되겠네요. 조 선생님이 타서 주세요.”
통화를 할 때 가끔 “아직 로또 소식 없어요?”라고 물으면, 그분은 “아직 없네요.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라며 미안해한다. 물론 나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 만난 노시인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그분은 일주일에 한 번 자장면 먹은 셈치고 그 돈으로 로또를 사기 시작한 지 몇 달째라고 하셨다. 시골에 혼자 사시는 그분이 외출할 때마다 차를 태워주곤 하는 착한 동네 아저씨가 있는데, 농사 빚이 많다고 걱정하기에 로또에 당첨되면 2억 원을 주겠다고 약속하셨다고 한다. 또 자주 가는 식당의 안주인이 시무룩하기에 물었더니 3000만 원 빚 때문이라고 해서 3000만 원을 주기로 약속했다면서, 나누어 줄 기쁨에 웃음꽃이 활짝 핀다.
“지난번에는 며느리가 왔기에 누구누구에게 얼마 얼마를 주기로 했는데, 넌 필요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한 푼도 필요 없대. 그 다음에 왔을 때 또 물었더니 아버님이나 쓰시라는 거야. 그래서 넌 안 주겠다고 했어. 복권을 타면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고 싶어서 꼭 타고 싶어.”
섭섭해하시는 것 같아서 기회를 놓칠세라 말했다.
“저도 1억 원 주세요. 쓸 데가 많거든요.”
노시인은 반색을 하며 파안대소했다. 줄 사람이 세 명으로 늘었으니 더 열심히 복권을 사실 요량으로 보였다. 1억 원을 확보하고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받아주는 것도 미덕이라고. 아마 그분은 며느리가 “와아, 아버님 복권 타시면 저도 꼭 주세요. 그러려면 복권 될 때까지 오래 사셔야 해요!”라고 말했다면 더 신이 나셨을 것이다.
아무튼 난 부자가 되었다. 로또 1등 당첨 확률이 814만 분의 1이라고 하던데 나는 벌써 그 확률의 두 배를 확보했다. 게다가 아무리 공돈이라고 해도 내게 선뜻 1억 원을 주겠다는 분이 두 분이나 있으니 난 정말 부자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