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 전쟁터’로 바뀐 국내 자동차시장에 핏빛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수입 디젤차가 초강세로 시장을 주도하는 것에 맞서 국산차 업체들이 디젤차를 잇달아 출시하며 맞불을 놓기 시작한 것이다. 하반기는 국산 디젤차와 수입 디젤차간 더욱 치열한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시장은 사상 최초로 디젤차 판매량(가솔린 42.5%, 디젤 43.5%)이 가솔린차를 앞섰다. 올 들어서 그 간격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디젤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한 판매점유율 47.3%를 기록, 가솔린(41.2%)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현대차, 그랜저 디젤 앞세워 수입차에 반격
우선 현대차는 지난 5월말 ‘2014 부산국제모터쇼’에서 국내 최초의 준대형 디젤 세단인 ‘그랜저 디젤’을 공개하고 6월말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판매 개시 2주 만에 누적 계약 대수 3000대를 돌파하는 등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달 초까지 전체 그랜저 계약의 24%를 그랜저 디젤이 차지할 정도다.
유럽산 수입 디젤차에 맞서는 그랜저 디젤은 다양한 옵션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2.2R eVGT 엔진을 적용해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을 발휘, 동력성능에서는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공인연비는 14.0km/ℓ로 동급의 독일 프리미엄 세단에 비해 열세다.
하지만 판매가격은 최고급 트림에 옵션을 모두 적용하면 3828만 원이고, 여기에 세금과 보험료, 수리비용 등을 고려할 때 독일 디젤차와 비교해 2000만 원 이상의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기아차도 올해 부산국제모터쇼에서 3세대 ‘올 뉴 카니발’을 국내에 처음 공개하고 6월 말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카니발은 판매 시작 2주 만에 1만7000대가 계약되며 디젤차 열풍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이 같은 판매량은 당초 예상을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기아차는 이런 여세를 몰아 당초 9월말부터 북미를 시작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던 계획을 한 달가량 앞당겨 다음달 말부터 해외 선적을 시작할 계획이다.
카니발은 시트 배열을 개선해 실내 거주성과 승하차 편의성을 높이고 4열 팝업 싱킹시트를 적용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9인승과 11인승 기준 판매가격이 2720만~3630만 원으로 동급의 경쟁차인 도요타 시에나와 벤자는 물론 혼다의 오딧세이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 하반기 7~8인승 카니발을 추가할 계획이다.
#SM5 D 실용성에 점수, 말리부 디젤은 시동꺼짐으로 주춤
르노삼성은 이달 초 ‘SM5 D’를 시장에 내놓고 수입 디젤차 공략에 나섰다. 출시 전인 지난달 23일부터 사전예약을 받아 열흘 만에 1500대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SM5 D는 르노의 1.5리터(1461cc) dCi 디젤엔진을 장착해 복합연비 16.5km/ℓ를 달성했다.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을 맞물려 최고출력 110마력, 최대토크 24.5kg.m를 발휘한다. 힘이나 주행성능보다는 고연비와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패밀리 세단이다.
4월에는 제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판매를 중단했고, 5월부터 2015년형 사전계약에 들어갔다. 7월 현재 2014년형 계약 3000대 중 2000여대를 인도했다. 그러나 출고한 차량에서 주행 중 시동꺼짐 현상이 발생해 대대적인 무상수리에 들어가면서 뜨거웠던 열기는 주춤한 상태다. 여기에 그랜저 디젤과 SM5 D가 잇달아 출시되면서 점점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국산차, 디젤엔진 점점 확장돼
올해 하반기에는 기아차 쏘렌토 후속이 8월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