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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 칼잡이’ 끝내 옷벗어

입력 | 2014-07-25 03:00:00

[유병언 사망/검경 커지는 문책론]
수사총괄 최재경 인천지검장 사표… 박연차게이트 등 비리 수사 명성
3번째 사의… 직무대리에 강찬우




최재경 인천지검장(52·사법연수원 17기·사진)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체포하는 데 실패한 책임을 지고 24일 사표를 냈다. 최 지검장은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세월호의 선사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인 유 전 회장 일가의 비리 수사와 검거 작전을 총괄 지휘해 왔다.

최 지검장은 23일 밤 전화로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사의를 표명했지만 김 총장이 강하게 만류했다. 그러나 24일 아침 사직서를 대검으로 보낸 뒤 이 사실을 언론에 공표하면서 물러날 뜻을 분명히 밝혔다. 수사팀장인 김회종 인천지검 2차장과 수사팀 소속 부장검사들도 전원 사표를 제출했지만 최 지검장은 “도망간 범죄자들을 조속히 검거하고, 책임재산을 최대한 확보해 세월호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며 사표를 반려했다.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에서 발견된 변시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22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난 최 지검장은 “수사팀이 (유병언 검거 실패에 대해) 상심할 것은 없다. 수사하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있다”며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는 “그런데 하늘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300여 명의 억울한 죽음이 있는 사건 아닌가. 희생자들이 하늘에서 보고 있는 듯하다”면서 여러 번 하늘 얘기를 꺼냈다. 검사가 심판하지 못하면 결국 하늘이 심판한다는 얘기였다.

최 지검장은 검사 생활을 하는 동안 사표를 세 번 냈다. 2003년 법무부 검찰2과장일 때 당시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으로 사표를 내고 지방으로 잠적해 정상명 당시 법무부 차관이 그곳까지 찾아가 설득했다. 이후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중수부장 등 특별수사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 노건평·박연차 게이트 등을 수사하며 검찰 내에서 “당대 최고의 칼잡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2012년 대검 중수부 폐지를 둘러싼 ‘항명 파동’ 때문에 전주지검장으로 좌천되자 두 번째 사표를 냈다. 이때도 검찰 안팎의 선후배들이 말렸다. 이번에 낸 세 번째 사표는 누구도 선뜻 말리지 못했다.

법무부는 인천지검장 직무대리로 강찬우 대검 반부패부장(52·18기)을 내정하고,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50·19기)이 반부패부장직을 겸임하기로 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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