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0일, 바뀌지 않는 정치권]국회 ‘유병언 시신’ 긴급 현안질의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안전행정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 이성한 경찰청장을 상대로 시종 “사퇴하라”고 호통을 쳤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부실 수사가 문제가 됐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의 모습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신의 질의만 끝나면 퇴장하고, 비슷비슷한 질문이 되풀이됐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은 이날 국회의 ‘고질’은 여전했다.
○ “사퇴하라” 호통
법사위 상황도 비슷했다. 의원들은 답변에 나선 황 장관을 상대로 거취 문제를 따지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은 수사팀장이었던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사표를 제출한 것을 거론하면서 “어디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보나”라고 물었고,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청와대에서 경질을 통보받은 것 없냐”고 따졌다. 황 장관은 줄곧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회의장 안팎에선 “수장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질의의 공식이냐”란 얘기가 나왔다.
법사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 8명 중 김도읍 의원 한 명만을 제외하고는 자기 질의만 끝나면 퇴장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왜 이렇게 일찍 나가느냐”는 질문에 “카메라는 질의하는 모습만 찍는다”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 2명(전체 7명)은 회의가 시작된 지 1시간 만에 자리를 비웠다. 법사위 현안 질의는 오전 10시 시작돼 낮 12시 반에 끝났다. 안행위는 오전 10시 시작돼 오후 5시 반에 종료됐다. 오후 5시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은 새누리당 2명, 야당 3명뿐이었다.
○ 의원들 질문 대동소이
현안 질의에선 별반 다를 것 없는 질문들이 지루하게 반복됐다. 법사위에서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유 전 회장 시신 주변에서 발견된 △고가 명품 브랜드인 로로피아나 점퍼 △스쿠알렌 △가방 안에 새겨진 유병언의 저서 제목 ‘꿈같은 사랑’ 등을 언급하며 변사사건 부실처리 문제를 따졌다. 황 장관은 “미진했다. 앞으로 보완하겠다”는 답변을 기계처럼 반복했다. 그러나 다른 의원들도 김 의원과 똑같은 질문을 했다. 황 장관의 답변도 ‘역시나’였다.
배혜림 기자 be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