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제주항서 세월호 추모연주회
세월호 희생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비탄에 잠긴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백건우 연주회가 24일 오후 제주 제주항 7부두에서 열렸다. 참사가 없었다면 이곳에는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을 것이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건반 위 구도자’로 불리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68)는 미리 배포한 인사말에서 이렇게 연주회의 취지를 밝혔다. 24일 오후 7시 반 제주항 7부두 간이무대에는 오로지 피아노 한 대가 전부였다. 이날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되는 날. 가슴을 무겁게 누르는 분위기 속에 거장 백 씨의 얼굴은 석양으로 노을이 졌고, 손은 가늘게 떨리는 듯했다. 무료 초청을 받은 청중 700여 명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묻어났다.
베토벤 비창 소나타 13번 2악장, 죽은 자식을 앞두고 비탄에 빠진 어머니에게 즉흥 연주로 위로했다는 베토벤의 이야기처럼 피아노는 어느 때보다 깊은 울림을 전해줬다. 리스트의 짧은 곡 ‘잠 못 이루는 밤, 질문과 답’은 허공과 바다에 대해 던지는 질문이며, 하나님을 향해 고통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었다. 이날 연주를 한 여섯 곡 가운데 마지막 두 곡은 백 씨가 위로와 대안으로 제시한 음악이다. 리스트의 ‘순례의 해’ 3년 중 ‘힘을 내라(Sursum Corda)’는 단단한 화음이 지속되며 용기를 준다. 마지막 곡인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죽음을 초월하는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백 씨는 “강렬한 사랑이야말로 슬픔을 이긴다. 음악적으로 이 이상 말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