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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신연수]소프트웨어 과목도 수능 필수?

입력 | 2014-07-25 03:00:00


한국 청소년들은 게임 대장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온라인 게임을 못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할 정도다. 하지만 정작 이런 게임을 만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워본 사람은 전체 중고교생의 10%도 안 된다. 미국은 초등학교 때부터, 핀란드는 유아 시절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는 것과 천양지차다.

▷정부가 올해를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 원년으로 선포하고 초중고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로 하기로 했다. 내년에 중학교 1학년부터 시작해 2017년 초등학교, 2018년에는 고등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컴퓨터가 작동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하드웨어를 제외한 모든 무형의 부분을 말한다. 정부는 코딩교육, 프로그래밍 등 6종의 교재를 만들어 보급할 계획이다.

▷교육 현장에는 긴장감이 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입시와 연계가 안 되면 잘 배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한국사 과목처럼 절대평가 형식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포함되리라는 추측이 나온다. 한국사도 지난해 7월 박 대통령이 “역사처럼 중요한 과목은 평가 기준에 넣어야 한다”고 말한 후 한 달 만에 수능 필수 과목이 됐다. 청소년들의 역사인식을 높인다는 당초 취지는 사라지고 공부 부담만 늘렸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경영자(CEO) 디터 체체는 “이제 자동차는 기름이 아닌 소프트웨어로 달린다”고 말했다. 지능형 로봇, 무인 항공기, 스마트 선박 등 모든 분야가 그렇다. 하지만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뛰어나 스마트폰을 만든 게 아니다. 소프트웨어에서 중요한 건 창의성이다. 소프트웨어가 수능에 포함되면 배우는 기쁨과 창의성은 사라지고 학생들은 1점이라도 더 따려고 학원으로 달려갈 것이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무언가 강제로 시키겠다는 1970년대식 권위주의야말로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아닐까.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