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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전산망 공감 많지만 복잡한 이해 얽혀 10년째 ‘제자리’

입력 | 2014-07-25 03:00:00

[외화내빈 뮤지컬산업]<下>투명한 정보가 투자 부른다




뮤지컬 산업 현황을 보여줄 만한 작품별 매출액, 누적 관객 수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총 1289회 공연된 뮤지컬 ‘맘마미아’의 누적 관객 수는 171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DB

투자자 A 씨는 뮤지컬에 투자할 때마다 작품에 대한 제작비와 수익률 등 자료를 확보하느라 애를 먹는다. 뮤지컬은 공개된 자료가 없어 제작사별로 각각 정보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받는 제작사는 정보를 제공하지만 다른 제작사의 자료는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A 씨는 “작품에 투자를 하려면 비슷한 규모의 작품을 최소한 3편은 검토해야 하는데 유료관객 수 같은 기초적 데이터도 구하기가 어려워 다른 투자사에 사정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단일 시즌 최다 관객을 모은 뮤지컬 상위 3개 작품은 지킬앤하이드(35만 명, 2011년), 오페라의 유령(33만7000명, 2009년), 오페라의 유령 초연(24만6000명, 2001년)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사별 발표 내용을 토대로 한 정보이기에 정확한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

반면 국내 최다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아바타(1362만4328명)와 그 뒤를 잇는 괴물(1301만9740명), 도둑들(1298만3330명)에 대한 국가인증 공식 자료는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 중인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접속하면 영화별 매출액, 점유율, 누적 관객 수, 상영 횟수, 상영 스크린 수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도 배급사별 점유율을 확인해 믿을 만한 투자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영화는 2004년 5월부터 통합전산망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뮤지컬 업계 관계자 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75%가 통합전산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뮤지컬 시장에선 시장점유율 55%(온라인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티켓예매처 인터파크가 사실상 ‘통계청’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는 24일부터 공연예술 통합전산망(www.kopis.or.kr) 시스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명동예술극장 등 7개 국공립 공연장 16개 무대에 오르는 작품의 회차별 관객 수, 누적 관객 수, 매출액 등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공연계에서 10여 년째 진행된 논의가 마침내 첫 싹을 틔운 것이다.

하지만 국공립 공연장 7군데에 오른 작품 가운데 극장이 판매한 티켓에 한해 정보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매우 제한적인’ 통합전산망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문체부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뮤지컬협회, 공연 제작사, 티켓예매처 관계자들을 만나 협의했지만 판매 좌석 공유 등을 둘러싸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연제작자, 배우, 연출진 등으로 구성된 한국뮤지컬협회는 23일 입장자료를 통해 인터파크, 옥션 등 티켓예매처별로 나눠서 팔고 있는 공연장별 판매 좌석을 공유하는 방식의 통합전산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터파크는 티켓 판매 현황을 집계한 정보는 제공할 수 있지만 판매 좌석을 공동으로 판매하는 방식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기업이 10년간 비용과 노력을 들여 구축한 시스템을 모두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판매 좌석을 공유하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고 영화처럼 작품 정보와 매출, 관객 수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통합전산망을 구축하자는 입장이다.

이유리 청강대 뮤지컬과 교수는 “뮤지컬이 문화산업으로 발전하려면 시장의 현황을 보여줄 수 있는 정확한 통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각 이해 당사자가 조금씩 양보하며 연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문 응답자 20인(가나다순)

김선미 엠뮤지컬아트 대표 김용관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대표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박민선 CJ E&M 공연사업부문 사업부장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한국뮤지컬협회장

손상원 이다엔터테인먼트 대표·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장 송승환 PMC프러덕션 대표

송한샘 쇼노트 총괄이사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평론가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이지나 연출가 장유정 연출가 조용신 뮤지컬평론가·연출가

조행덕 악어컴퍼니 대표 최나미 창작컴퍼니다 대표 최용석 비오엠코리아 대표 한승원 HJ컬쳐 대표







김정은 kimje@donga.com·손효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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