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사망] 3차원 첨단기기 MDCT 활용… 시신 훼손 없이 정밀 분석 모든 독극물 데이터 반영 검증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에서 발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시신의 얼굴과 목은 뼈만 남아 있어 눈으로 봐서는 남녀 성별을 구분하기도 어렵다. 일반 변사체로 처리된 이 시신이 유 전 회장인지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DNA 분석과 각종 약물검사, 컴퓨터단층촬영 등 과학적 기법을 총동원했다고 25일 밝혔다.
시신을 22일 순천에서 국과수 서울분원으로 옮겨온 국과수 측은 먼저 다중채널컴퓨터단층촬영(MDCT)을 실시했다. 시신을 훼손하지 않고도 시신의 혈관 분포나 근육, 장기 상태를 3차원(3D)으로 촬영할 수 있는 장비다. 그 결과 얼굴을 제외한 몸에는 근육이 상당 부분 남아 있고 흉기로 인한 상처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부검을 실시하면서 무릎 연골과 발뒤꿈치 근육, 어깨 근육과 치아 등 7개 부위를 따로 채취해 신원을 확인했다. 순천에서 1차 부검을 할 때 넓적다리뼈를 채취해 유 전 회장의 친형 유병일 씨(75)의 DNA 및 시신의 부계·모계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었지만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한 번 더 검사했다.
에틸알코올이 부위별로 0.023∼0.032% 검출됐지만 검사를 한 국과수 백선경 마약독성화학과장은 “부패한 시신에서는 음주 여부와 상관없이 소량의 알코올 성분이 검출된다”며 사망 당시 술에 취해 있었을 가능성을 일축했다. 시신 옆에 있던 소주병 2개와 막걸리병 중 유 전 회장의 유전자가 검출된 잎새주 소주병에서도 알코올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