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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임우선]‘재계의 힘’ 느낄수 없던 전경련 포럼

입력 | 2014-07-28 03:00:00


임우선 기자

“재계 행사에 ‘재계’가 안 보인다.”(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 참가자 A 씨)

“콘텐츠가 빈약하다. 참가비(인당 200만 원)만 비싸다.”(참가자 B 씨)

23∼26일 3박 4일 일정으로 강원 평창에서 전경련 하계포럼이 열렸다. 올해로 28회를 맞는 전경련 하계포럼은 재계 인사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다지고 한국 경제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전경련의 대표적 행사다.

그러나 올해 포럼에서는 “‘재계의 힘’을 느낄 수 없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 우선 최근 수년간 전경련의 위상이 추락한 탓에 참석 기업인 수와 기업 규모가 모두 줄었다. 조찬에서 만난 한 기업인은 “‘재계 큰형’이 주최하는 행사치고는 존재감이 점점 미미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장에 걸린 현수막도 이를 반영하는 듯했다. 현수막 하단에는 후원기업 명단이 적혀 있었는데 전경련 회장이 이끄는 GS그룹 외엔 국내 30대 기업 중 어느 한 곳의 이름도 없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인근에서 열린 ‘대관령 국제음악제’ 현수막에는 삼성 신한은행 기아차 KT 금호아시아나 등 20여 개 후원기업 이름이 있어 ‘어느 것이 재계 행사인가’ 헷갈릴 정도였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건 재계 대표행사에서 침체된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워 보자는 재계의 비전과 의지를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다. 포럼에서는 ‘정부 규제’ ‘낮은 경제자유도’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인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자’는 선언적 구호만 나왔다.

한국 경제가 깊은 침체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은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명쾌한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경련이 리더십을 회복하지 못하면 내년 하계포럼은 더 썰렁해질지 모른다.

평창=임우선·산업부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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