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승리 요건 채워도 승리 못 얻은 투수’ 랭킹 1위
불펜 5번이나 리드 못지켜…그중 4번은 임창용
삼성 배영수는 27일까지 5승4패 방어율 5.42를 기록하고 있다. 얼핏 부진한 시즌으로 읽혀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배영수의 투수이닝은 93이닝이다. 삼성 전체 투수를 통틀어 윤성환(112.2이닝), 밴델헐크(11승, 94.2이닝) 다음으로 많다. 장원삼(9승 80이닝)보다 많은 숫자다.
결국 배영수의 ‘고작 5승’은 상당 부분 외적인 데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다. 통계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제 이 의심은 타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 시즌 선발투수 중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고 내려갔으나 승리를 얻지 못한 투수 랭킹에서 배영수는 단독 1위였다. 무려 5번이나 불펜투수들이 배영수가 물려주고 내려간 리드를 지켜주지 못했다.
이 데이터를 보면 드러나지 않았던 흥미로운 분석이 가능해지는데 배영수를 제외하면 모두가 5위 이하 하위권 팀 투수들이라는 사실이다. 하위권 팀들은 에이스 카드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불펜이 취약해 살리지를 못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또 마무리로 전환한 SK 울프(선발로 1승)가 그렇게까지 형편없는 선발투수는 아니었다는 해명도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설명으로도 안 되는 것이 배영수의 케이스다. 1위 팀이고, 불펜이 강한 팀인데 유독 배영수 선발마다 승리를 날려먹은 상황이 5차례나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 중 무려 4번을 마무리 임창용이 블론세이브로 날렸으니 더욱 기묘하다.
굳이 위안을 삼는다면 결국 모든 성적은 평균에 수렴될 것이기에 삼성 불펜이 배영수의 승리를 지켜줄 가능성이 앞으론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희망이다. 올 시즌 가장 ‘불운한’ 투수가 1위 팀에 있는 것도 아이러니다.
잠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