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신발견 10일후 공문 하달 순천署 “시간 없다” 사실상 무시… 유류품 스쿠알렌 확인 기회 놓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변시체가 발견됐던 지난달 전남 순천 일대에 구원파 계열사 물품이 떨어져 있는지 수색해보라는 지시를 받고도 순천경찰서가 사실상 이를 묵살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경찰은 유 전 회장 시신에서 구원파 계열 제품인 ASA스쿠알렌과 육포가 발견되자 뒤늦게 전방위적인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유 전 회장이 은신했던 순천시 서면 학구리 ‘숲속의 추억’ 별장을 관할하는 순천경찰서는 6월 22일 상부로부터 “유 전 회장이 도주하다 흘리거나 버렸을 수 있으니 구원파 계열사에서 제조한 유기농식품 같은 물건을 수색해 보라”는 지시와 함께 구원파 계열사 제품 목록을 공문으로 받았다. 하지만 순천경찰서는 유 전 회장의 소재를 찾는 데 정신이 팔려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당시 수색에 참가했던 경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을 찾느라 한창 바쁠 땐데 쓰레기통이나 뒤질 시간이 어디 있었겠느냐. 수색하라니까 하기는 했는데 열성적으로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25일 “유 전 회장의 안경이 도피경로를 추적하는 주요 단서인 만큼 꼭 찾겠다”고 공언했다가 하루 만에 “유 전 회장은 평소 안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이 25일 오후 인천구치소로 가 유 전 회장과 별장에 함께 있었던 신모 씨(33·여·구속)를 만나보니 신 씨가 “유 전 회장은 평소 책을 읽을 때 말고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유 전 회장이 등장하는 설교 영상을 보면 늘 안경을 쓰고 있고, 수배전단지에도 안경을 쓴 모습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이 안경을 써야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얘기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유 전 회장이 평소 안경을 쓰지 않았다는 건 복수의 인물에게 확인한 것”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