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 교수
하지만 이 전환은 한국 정부의 일방적 선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렵고 힘든 다자와 양자 간 협상을 통해 이제 국제무대에서 보호받는 위치가 아니라 홀로서기를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유리한 관세화를 위한 검증을 벌여야 하는데 이것은 상대국과 거의 협상 수준으로 임해야 한다.
협상에는 국내 이해 관계자를 상대로 하는 국내 협상과 WTO 회원국을 상대로 하는 국외 협상이 있다. 국내 협상을 통해서는 국내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하여 국외 협상을 돕는 우군이 되도록 해야 한다. 국내 이해 관계자들이 국외 협상 과정에 자신들이 맡아야 할 역할을 찾고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직접적 이해 관계자인 농민이 국외 협상의 가장 큰 우군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국내 협상의 내용이 돼야 한다.
또한 국내 협상의 주된 수단이 될 쌀 대책 논의와 국외 협상의 주된 내용이 될 관세율 설정 논의에는 오직 쌀 산업 발전만이 고려돼야지, 그 어떤 정치적 논리도 개입될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이 우선적으로 관세화 협상을 이해하고 정치적 논리를 벗어나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이제 한국 쌀 산업이 오랫동안 예외적 지위에서 외국 쌀과 경쟁하던 시절을 뒤로하고 보편적 기준에서 경쟁하는 때를 맞이했다. 이를 기화로 정치적 고려를 수반하던 ‘정치재화’로서의 성격도 점점 씻어내고 완전한 ‘시장재화’로서 거듭나 한국 식량안보의 기반 작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써야 한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