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납북자 상징 메구미 딸 김은경… 통일부 “납북자 업무 총괄조직 필요”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 씨의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모습(왼쪽 사진). 요코타 씨는 중학교 1학년이던 1977년 납북됐다. 한국인 납북자 김영남 씨(오른쪽 사진의 오른쪽)가 북한에서 요코타 씨와 결혼해 낳은 딸 김은경 씨를 안고 있는 모습. 2006년 김 씨와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만난 김 씨 남측 가족들이 건네받은 사진이다. 동아일보DB
28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김영자 씨(55)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김 씨는 한국인 납북자 김영남 씨(53)의 누나다. 김영남 씨는 일본인 납북 피해자의 상징 요코타 메구미 씨의 남편. 북한은 1977년 납치한 요코타 씨와 1978년 납치한 김 씨를 1986년 결혼시켰다. 이런 ‘기막힌 사연의 부부’가 낳은 딸이 바로 김은경 씨(26)다.
○ 북-일 교섭 보며 상처 입은 한국 납북자 가족
김영자 씨는 이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 일본 정부가 사망을 인정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요코타 씨가 납북자 김영남 씨의 부인이고, 김은경 씨가 김영남 씨의 딸이라는 사실은 한국에선 관심 밖의 문제처럼 됐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은경 씨의 11월 일본 방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고령의 어머니(88)도 손녀딸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에 납북자는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일본인 납북자에 비해 한국인 납북자가 차별받는 건 아닐까.” 김 씨의 머릿속에선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 인력 3명 대 40명, 예산은 3억 대 126억
韓日 납북자 해법 극과극
정부가 인정한 납북자(6·25전쟁 이후)가 517명에 이르는 한국 정부의 사정은 어떨까.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전담 기구는 없다. 통일부 이산가족과 내에 근무하는 직원 3명(서기관 사무관 주무관)이 전부다. 예산은 2014년 3억2500만 원. 일본이 납북자 1인당 약 7억4470만 원을 지원할 준비를 갖춘 반면 한국은 1인당 약 63만 원에 불과하다.
통일부는 최근 최성용 대표의 민원에 대한 답변에서 “납북자 업무를 전문적,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조직이 필요하다”며 “전후 납북자 업무 담당 부서 신설을 포함한 직제안을 매년 안전행정부에 제출하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 8.9%에 불과한 납북자 생사 확인
한국 정부의 납북자 문제 해결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 납북자를 포함시켜 일회성으로 가족을 만나는 방식에 기대고 있을 뿐이다.
“납북자가 내 아들이고 딸이라면 어땠을까. 정부가 제발 납북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주길 이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바랍니다….” 김영자 씨는 계속 울먹이고 있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