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제1中 50명 버스추락 사망
워터파크에 수족관까지 북한 노동신문이 5월 3일 송도원국제소년단 야영소 리모델링 완공 소식을 전하며 공개한 야영소 전경. 건물 외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외곽에 워터슬라이드(가운데 점선 안)와 상어가 있는 실내수족관(둥근 건물), 실내체육관(위쪽 왼편) 등이 새롭게 들어섰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 야영소, 올해 김정은 최대 치적
지난해 마식령 스키장 건설에 총력을 기울였던 김정은은 올해는 그 관심을 송도원 야영소로 돌렸다. 김정은은 공사가 한창이던 올 2월과 준공을 앞두었던 4월, 준공일인 5월 2일, 사고 발생 이후인 7월 5일 직접 현장을 찾았다.
50년 넘게 운영되던 야영소는 올 5월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물놀이 시설과 대형 수족관 등을 갖추고 재개장했다. 이는 “앞으로 마식령에서 스키도 탈 수 있게 겨울에도 야영소를 운영하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북한은 야영소 재개장을 김정은의 치적으로 선전했을 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를 비난하는 데도 활용했다. 재개장 직후 북한 당국은 조선중앙방송과 노동신문을 동원해 남한을 ‘지옥’이라고 비난했다. 5월 13일 노동신문은 ‘어디가 락원이고 어디가 지옥인가’라는 글에서 “최근 준공한 송도원국제소년단 야영소가 북한 아이들의 궁전인데 어찌해 내 조국의 절반 땅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생죽음을 당해야 하는가”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참사를 당한 학생들이 다니던 평양제1중은 6년제로 3학년까지는 평양 출신 학생들에게 입학을 허용하고 4학년부터는 전국에서 뛰어난 수재를 뽑아 정원을 늘린다. 졸업생은 김일성대나 김책공대와 같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어 자녀를 진학시키기 위한 특권층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에 자식을 잃은 학부모들은 국가적으로 함구령이 떨어진 사안에 항의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북한 소식통은 전했다.
○ 사고 이후 야영소 전용 역 생겨
꼬불꼬불 마식령 고갯길 위성에서 찍은 평양∼원산고속도로의 마식령 우회로. 깊은 계곡을 옆에 끼고 가파른 길이 굽이굽이 이어진 장면이 보인다. 이 도로는 마식령 동쪽 사면의 일부 구간으로 원산시와 이어져 있다. 사진 출처 구글어스
이번에 참사를 당한 학생들이 지나간 평양∼원산고속도로는 북한 최초의 고속도로다. 1978년 완공된 이 고속도로는 길이 172km로 경제적 목적보다는 유사시 동서 병력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 하지만 가장 험준한 구간인 마식령을 관통하는 터널 3개가 계속 붕괴돼 차량들은 강원 법동군과 원산시 사이에 있는 해발 768m의 험준한 마식령을 넘는다. 김정은도 원산에 갈 때는 위험한 우회로를 피해 경비행기와 헬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송도원 야영소는 매년 사회주의 국가 청소년을 초청해 7월에 2, 3주 일정으로 국제캠프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캠프 참가자의 대다수였던 중국 청소년들이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리면서 최근 북한은 참가자 모집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은 야영소 리모델링을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 청소년 야영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사고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면 해외 관광객 모집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북한이 평양과 야영소를 잇는 교통편을 열차로 급히 바꾸고 사고 소식을 극비에 부치는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