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기 경제부 기자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마약거래, 매춘 등 지하경제를 GDP에 합산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 것은 경제규모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GDP가 갖고 있는 불완전성 때문이다.
GDP는 일정 기간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이 한 국가 내에서 생산활동을 통해 창출한 부가가치의 합계다. 하지만 지하경제, 가사노동 등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생산 활동은 GDP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GDP의 다른 약점 중 하나는 ‘국민행복’과의 괴리다. 여가, 직업의 안정성, 노후, 환경오염 등 행복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GDP가 증가해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행복감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과거보다 후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인의 행복 수준이 낮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민생 불안’을 지목한다. 높은 청년실업률과 비정규직 증가로 빚어진 고용 불안, 집값 하락 속에 전월세 값이 폭등하며 심화된 주거 불안, 자식 키우느라 노후 준비에 소홀했던 중장년층의 노후 불안 등이 대표적이다. 고속성장 과정에서 쌓인 구조적 경제 불균형으로부터 비롯된 이런 민생불안은 월급통장에 10만∼20만 원이 더 들어온다고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정 직후부터 여러 차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 등 최 부총리 취임 후 정부가 내놓은 창의적인 정책들도 많은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국민 체감형 정책’들을 통해 무기력증에 빠진 가계와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는 환영할 만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칫 가시적 성과에만 집중하다 민생경제의 근본적 해결책인 경제혁신이 뒷전으로 밀릴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디 ‘최경환호’가 경제심리 회복과 경제혁신을 위한 중장기 과제들을 균형감 있게 추진해 진정한 ‘국민행복’ 시대의 주춧돌을 놓은 성공한 경제팀으로 훗날 평가받길 바란다. ―세종에서
문병기 경제부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