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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원 탈세 ‘귀금속 자료상’ 무더기 적발

입력 | 2014-07-30 03:00:00

1조원대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銀유통 중간거래 꾸며 부가세 포탈
64개 업체 연루… 16명 구속기소




출처가 불분명한 귀금속을 유통시키며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여러 차례 자료상을 거쳐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자료상이란 사업자등록을 해놓고 가짜 세금계산서를 무단으로 발행해 그 대가로 일정 수수료를 챙기는 사람을 말한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관정)는 은을 유통시키면서 1조 원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1000억 원가량의 부가가치세를 포탈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상 세금계산서 교부의무 위반 등)로 김모 씨(56) 등 23명을 적발하고 그중 16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개별 업체로 보면 정상적인 거래 명세가 나와 기존 경찰·검찰 수사에선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흐름도를 만들어 총 64개 업체들이 얽혀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은을 거래하는 업체는 매입과 매출이 동시에 발생하고, 매출과 매입의 차액에서 인건비 등 부대비용을 빼고 난 금액의 10%에 부가가치세를 적용한다. 이들은 부가가치세를 줄이려다 덜미가 잡혔다.

적발된 업자들 가운데 김 씨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나 폐가전 등에서 은을 모으는 영세업자 밀수업자 등에게서 은 1200여억 원어치를 확보했다. 업자들이 영세해 모두 현금 결제해 세금계산서가 없었다. 이 은을 그냥 유통시키면 ‘무자료(세금계산서가 없는)’ 은이라 부가가치세로 120억 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김 씨는 ‘폭탄업체’를 만들어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폭탄업체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처음 만드는 유령회사로 매입 없이 매출 세금계산서만 발행하다 2∼3개월 후 폐업한다. 이후 자료상을 여러 차례 거치면서 허위 매출·매입 세금계산서를 만들어 부가가치세가 거의 나오지 않게 소득액을 조절했고, 결국 김 씨는 최종적으로 수출업체에 은을 납품할 때 부가가치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자료상들 입장에서도 허위 세금계산서만 떼 주면 인건비 등을 떼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계산서상 수익의 2∼3%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을 수 있어 여러모로 남는 장사였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