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짜임새가 너무 좋아”, “찐득한 소금기를 더했다면” 본보 영화기자 티격태격 관전평
해무에서 또 한번 빛을 발한 김윤석의 연기는? “오 캡틴, 마이 캡틴.”(정양환) “황해, 화이에 이은 절대악 3부작의 완성.”(구가인) NEW 제공
▽구가인 기자=아, 느낌 있어. 칙칙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은근 좋았어.
▽정양환 기자=괜찮은 영화란 점은 반박할 수 없네. 근데 왠지 엄지를 추켜올리긴 망설여져. 너무 기대가 컸나. 영 께적지근하네.
▽정=짜임새가 탄탄하긴 했어. 2001년 실제 벌어졌던 ‘제7태창호 사건’을 소재로 한 원작 연극도 극찬을 받았지. 근데 너무 착착 들어맞아가는 흐름이 거슬렸어. 차림표 읽은 뒤 코스 요리 먹는 기분? 뒤로 갈수록 대충 짐작이 되더라는.
▽구=어허, 심리 스릴러의 묘미를 모르시네. 찌릿한 긴장감 자체를 즐겨야지. 마무리가 살짝 느슨하긴 했지만, 그걸 배우들의 연기가 잘 기름칠해서 넘어가던걸.
▽정=정말이지 김윤석의 스크린 장악력은 알고 봐도 놀랍던데. 전라도 사투리가 어색한 대목도 있던데, 그걸 연기로 덮고도 남더라.
▽구=잘한단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듯. 특히 마지막에 화면을 가득 채우는 힘이란. 문성근 김상호 유승목 이희준도 하나 같이 이름값 했어. 동식이(박유천) 연기도 기대 이상. 엄청나게 노력한 게 보여서, 아이돌 연기에 대한 선입견이 미안할 정도.
▽정=박유천 본인에게도 이 작품은 중요한 전환점이 되겠더라. 홍매(한예리)도 빼놓으면 섭섭하지. ‘코리아’(2012년) 북한말, ‘군도…’ 전라도 사투리, 이번엔 조선족. 연기는 둘째 치고 언어적 감각이 탁월한 배우 같아.
▽정=두 사람의 애정이 사건을 얽히게 만드는 뼈대잖아. 섹스 자체가 중요하진 않지만, 둘을 단단히 잇는 연결고리가 형성되는 거지. 굉장히 슬픈 장면이던걸. 하지만 좀 뻔해.
▽구=연극적인 분위기 때문 아닐까. 그걸 선호하는 관객도 많아. 오히려 ‘봉테일(봉준호 감독 별명)’ 식 디테일한 유머가 드문 게 아쉬웠어. 청소년 관람불가답게 잔인한 측면도 있고.
▽정=그건 칭찬해야지. 감독 본연의 색깔을 찾으려 노력했단 소리잖아. 하지만 뭐랄까. 제목이 해무인데 해무가 빠진 느낌은 들어. 찐득찐득한 바다의 소금기를 좀 더 살렸으면 어땠을까.
▽구=4편 모두 링에 올랐으니 순위나 매겨볼까. 오로지 취향 문제지만 ‘군도…’ ‘해무’가 가장 맘에 드네. ‘명량’은 때깔이 좋고.
▽구=또 그러신다. 하긴 승자는 누구도 모르는 건가. 바다안개처럼.
▽정=물레방아처럼, 도적 떼처럼. 울돌목처럼.
▼영화평론가 한 줄 평과 별점▼(★ 다섯 개 만점)
강유정 연기, 시나리오, 촬영 모두 극한! 관객의 공감이 관건 ★★★
김봉석 지독하게 바닥까지 파고든다. 어둡고 참담하지만, 나태하지않다. ★★★★
정지욱 상업영화 옷을 입기엔 부담이 큰 예술영화. 손익분기점은 어찌 넘기려나. ★★★
이해리(스포츠동아 기자) 비극과 욕망 그리고 광기의 살육전 ★★★
정양환 ray@donga.com·구가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