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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실세 부총리 최경환 효과

입력 | 2014-07-30 03:00:00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의 얼굴이 오랜만에 활짝 펴졌다. 25일 발표된 13명의 장차관급 인사에서 기재부 출신이 대거 약진하면서 해묵은 난제였던 고위직 인사 적체가 풀렸다.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에 추경호 기재부 1차관이 승진한 것을 비롯해 주형환 신임 기재부 1차관과 방문규 2차관,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김낙회 관세청장, 김상규 조달청장 등 6명이 ‘기재부 동문’이다. 16일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엿볼 수 있다.

▷증시에도 실세(實勢) 부총리 최경환 효과로 훈풍이 불고 있다. 경기부양책과 배당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코스피는 어제까지 3거래일 연속 연중최고치를 경신하면서 3년 만에 2,060 선을 돌파했다. 주식과 부동산값 상승은 시장 과열기에는 위험하지만 장기불황 탈피가 시급한 지금은 긍정적 ‘자산 효과’가 훨씬 크다.

▷최 부총리의 출발은 나쁘진 않지만 우리 경제의 앞날을 낙관하긴 어렵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화학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실적은 ‘어닝 쇼크’ 수준으로 추락했다. 상반기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흑자였지만 수입 감소에 힘입은 측면이 많다. 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제라는 복잡한 이름으로 바꾼 사내(社內) 유보금 과세는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고 주주의 경영 자율성을 훼손할 소지가 높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나는 본다.

▷최 부총리는 경제관료, 신문사 논설위원, 3선 국회의원, 지식경제부 장관을 거쳤다. 다양한 경험으로 경제 논리와 정치 논리, 언론 특성을 함께 이해하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10년간 금배지를 달면서 몸에 밴 ‘여의도 체질’은 불필요한 기업규제와 노동경직성 혁파 같은 본질적 개혁 과제를 정면 돌파하기보다는 정치적 포퓰리즘에 휘둘리게 할 우려도 낳는다. 그가 ‘한강의 기적’에 기여한 장기영 김학렬 남덕우 같은 명(名)부총리로 역사에 기록될지, 아니면 김진표 현오석처럼 실패한 부총리의 전철을 밟을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경제 살리기 역량을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