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뜨기 코러스 걸의 성공담을 다룬 뮤지컬 ‘브로드웨이42번가’에서 페기 소여로 분한 최우리가 탭댄스를 추고 있다. 11년차 배우인 최우리는 대학시절 앙상블로 시작해 주연배우가 되기까지의 성장과정이 페기 소여와 닮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제공|CJ E&M
■ 뮤지컬 ‘브로드웨이42번가’
무명코러스걸이 스타가 되는 스토리
앙상블로 시작한 최우리와 비슷한 삶
극 후반 전체 배우 칼군무 장면 압권
“나도 한 때는 페기 소여였다.”
배우 최우리(32)는 뮤지컬 브로드웨이42번가의 주인공 페기 소여 역을 맡고 있다. 최우리는 “배우라면 대부분 페기 소여와 같은 경험담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기 소여는 고향에서 익힌 탭댄스 실력이 브로드웨이의 실력자 줄리안 마쉬의 눈에 들어 그의 작품 ‘프리티 레이디’의 코러스걸로 발탁된다. 그리고 여주인공 도로시 브록이 발목이 부러지는 바람에 공연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되자 대신 무대에 올라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2004년 앙상블(코러스)로 뮤지컬 그리스에 출연한 것이 최우리의 데뷔무대였다.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3학년 학생신분이었다. 최우리는 “대전에서 뮤지컬이 뭔지도 모르고 살다가 대학에 와 처음 접했다. 학생이 무서운 줄도 모르고 도전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시작은 순탄한 듯 했지만 무대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군무 연습을 하다 극중 페기 소여처럼 ‘줄을 못 맞춰’ 안무감독의 불호령을 듣고 쫓겨나 혼자 몰래 울기도 했다. 국내 뮤지컬계에서 손꼽는 주연 여배우가 되기까지, 최우리의 성장기는 페기 소여와 많이 닮았다.
● 10년간 한 우물만 판 배우 인생 “여전히 파고있다”
많은 작품에서 주연과 조연으로 무대에 섰지만 브로드웨이42번가는 최우리에게 각별한 작품이다. 페기 소여 역에 캐스팅되었다는 전화를 받은 장소는 공교롭게도 뮤지컬 ‘웨딩싱어’의 분장실이었다. 분장실에서 다른 작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다. 최우리는 너무 기쁜 나머지 (그러나 소리를 지를 수 없는 고로) “하악! 하악!”하며 속으로 환호를 삼켜야 했다. 옆자리 동료 배우가 “왜 그래?”하고 걱정할 정도로 들떠 있었다.
지금도 “극중 어느 장면을 가장 좋아하나”와 같은 질문이 어렵다. 모든 장면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조차 좋아한다.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역시 마지막 장면이다. 페기 소여를 중심으로 모든 배우가 무대에 올라 그 어떤 아이돌 그룹도 흉내 내지 못할 초고난이도의 ‘칼군무’를 보여준다. 그 한 가운데에 서서 페기 소여가 두 팔을 쫙쫙 벌리며 탭댄스를 추는 장면은 몇 번을 보아도 근사하다.
11년차 배우가 된 최우리는 말 그대로 ‘한 우물을 10년간 판’ 사람이다. “우물에서 뭐가 나왔냐”고 물으니 “아직 안 나왔다. 여전히 파고 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예전에는 한 삽 뜨면 큰 게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이 오히려 나를 힘들 게 만들더라. 지금은 뭘 위하거나 기대하면서 파지는 않는다.”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뮤지컬 브로드웨이42번가. 당찬 처녀 최우리 ‘페기 소여’를 만나려면 42번가가 아닌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을 찾아가면 된다. 남경주, 김영호, 박해미, 홍지민 등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