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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한국체대 총장 장기공백, 평창도 흔들린다

입력 | 2014-07-31 03:00:00


이헌재·스포츠부 차장

한국은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배출했다. 하지만 설상이나 썰매 종목에서는 여전히 불모지나 마찬가지다. 2018년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은 자칫하면 외국 선수들의 잔치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올해 2월 소치 올림픽에서 한 줄기 빛을 보여준 선수가 있다. 스켈리턴의 윤성빈(20·한국체대)이다. 선수 경력이 1년 반밖에 안 된 윤성빈은 한국 썰매 역사상 최고 성적인 16위에 올랐다. 4년 뒤 평창 올림픽에서는 메달에 도전한다.

한국체대는 소치 올림픽을 대비해 2년 전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봅슬레이, 스켈리턴, 루지 팀을 만들었다. 엘리트 선수 양성 특성화 대학인 한국체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사상 처음으로 소치 올림픽 결선 2라운드에 진출한 모굴의 최재우(20)도 이 학교 재학생이다.

1977년 개교 후 스타들을 양산하며 한국 엘리트 체육의 산실 노릇을 한 한국체대지만 최근에는 총장의 장기 공백이라는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지난해 3월 김종욱 전 총장이 물러난 뒤 현직 한국체대 교수 3명이 잇달아 선거를 통해 총장 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교육부 인사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비리 의혹 및 논문 표절 등으로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고 탈락했다. 총장 공백 사태 속에 미래를 준비해야 할 모든 업무가 중단됐다. 9월 인천 아시아경기, 내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업무는 쌓여갔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고 일을 추진할 사람이 없었다.

몇몇 한국체대 교수들과 체육계 인사들이 뜻을 모아 구원 투수로 요청한 사람이 바로 조현재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다. 행시 26회 출신의 조 전 차관은 31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문화관광부 체육국장과 기조실장 등을 지내 체육 행정과 정책의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초등학교 때 체조 선수로 활동한 이력도 있어 몇몇 체육인과는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3명이 출마한 총장 후보 선거에서 조 전 차관은 과반 표를 얻어 총장 후보로 선출됐다. 교육부 장관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의 재가를 받으면 총장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조 전 차관은 지위를 이용해 낙하산으로 내려온 게 아니라 공정한 선거를 통해 총장 후보로 선출됐기 때문에 ‘관피아’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빨리 임명 절차를 밟아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굴러가던 학교 행정이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약 이번에도 총장 임명에 실패한다면 한국체대의 정처 없는 표류는 더 지속될 것이다. 평창 올림픽을 대비해 키워야 할 겨울 종목 선수들의 선발과 육성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평창 올림픽까지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헌재·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