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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무대 연 ‘무성 대장’… 충격의 安 “대표 사퇴 불가피”

입력 | 2014-07-31 03:00:00

[7·30 재보선/여야 지도부 표정]
‘재보선 동기’ 여야 대표 극과 극 앞날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해 4·24 재·보궐선거에서 나란히 국회에 들어온 ‘동기’다. 이번 재·보선에서 서로의 정치적 명운을 건 승부를 펼쳤다. 그 결과 김 대표는 활짝 웃었고, 안 대표의 표정은 어두웠다. 새누리당이 승리를 거두면서 김 대표는 비주류의 한계를 극복하고 당내 입지를 탄탄하게 굳히게 됐다. 반면 안 대표는 6·4 지방선거 때부터 공천 파동 등으로 여러 차례 상처가 난 상황에서 이번 재·보선 패배로 조기 전당대회 공세에 직면하게 됐다. 두 사람은 여야의 대선후보군에 속해 있어 차기 대권 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 반바지 유세로 선거 이끌어… 靑도 놀란 완승, 수평적 당청관계 - 차기 대선주자 입지 탄력 ▼

김무성


활짝 웃은 金… 고개 숙인 安 7·30 재·보선 결과 여야 지도부의 운명도 갈리게 됐다. 선거 당일인 30일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환하게 웃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해 4·24 재·보선을 통해 김 대표와 나란히 국회에 입성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날 상임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무성호(號)가 순풍에 돛을 달았다.

7·14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된 뒤 16일 만에 치른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안정적인 원내 과반의석을 지켜냄으로써 당 운영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박(非朴), 비주류 대표’ 타이틀을 넘어 당내 친박(박근혜)계를 아우를 수 있는 힘도 얻게 됐다. 당 관계자는 “지금부터가 ‘무대’(무성 대장)의 리더십을 본격적으로 펼칠 진짜 무대”라고 말했다.

이번 승리는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영향력 없이 새누리당 지도부가 자력으로 이뤄냈다는 의미가 있다. 6월 지방선거 때 효과를 본 ‘박근혜 마케팅’은 없었다. 박 대통령은 28일부터 닷새간 여름휴가에 들어가며 한발 물러섰다.

김 대표는 대표 취임 다음 날부터 ‘보수 혁신’과 ‘경제 살리기’를 내걸고 선거 유세에 온몸을 던졌다. 흰색 반바지를 입고 빨간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전국을 돌며 율동을 선보이는 파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내에선 이번 선거 압승으로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던 지리멸렬한 여당에서 탈피해 수평적인 당청(黨靑) 관계를 회복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이 높다. 김 대표도 명실상부한 당 대표로서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다.

재·보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청와대도 예상외의 압승에 놀란 분위기다. 향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의 ‘세월호 정권 심판론’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당청 관계의 무게추가 당으로 과도하게 쏠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쨌든 개선장군인 김 대표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여당과 국가대혁신 추진은 물론이고 주요 민생법안 처리에 긴밀히 협조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경제 살리기 드라이브에 당청이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연일 ‘경제 활성화’를 강조해 온 김 대표는 개표가 마무리되자 “박근혜 정부에서 민생경제 살리기 정책을 적절하게 잘 내놓은 것이 승리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청와대로 공을 돌리기도 했다.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새누리당은 대야 관계에서도 분명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승부에 그쳤던 지난 6·4 지방선거의 연장전에서 충청권 민심 회복, 지역구도 타파, 수도권 사수로 확실히 승리를 굳힌 덕분이다. 세월호 특별법 등 교착 상태에 빠진 원내 상황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4월 20대 총선까지 예정된 큰 선거가 없는 점도 김 대표 체제에 좋은 기회다. 후속 당직 인선을 통해 ‘정치혁신’을 내세우며 입지를 넓혀갈 계획이다. 29일 김 대표는 “전략공천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자의반 타의반 차기 여권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 2위에 오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1일 발표한 7월 셋째 주 정기여론조사에서 김 대표는 여권 차기 주자 선호도 13.9%로 1위를 기록했다.
  
▼조기 전대로 불명예 퇴진땐 대선행보 빨간불… 운명공동체 김한길 대표 “심신 지쳤다” 입원▼

안철수


7·30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하면서 안철수 공동대표가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 선거 패배 책임론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당권 탈환을 꾀해 온 친노(친노무현), 486 등 옛 당권파를 중심으로 ‘안철수 체제’를 조기에 종식시키자는 조기 전당대회론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 대표는 3월 2일 민주당과 안철수신당 합당 선언 이후 여러 차례 리더십 논란에 휩싸였다. 4월 당 대표에 취임한 직후 ‘기초선거 무공천’을 공약했지만 당내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철회하면서부터 스텝이 꼬였다. 6·4지방선거 때는 측근(윤장현 광주시장)을 광주시장 후보로 전략공천하면서 “측근 챙기기가 새 정치냐”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당내 기반 다지기를 꾀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전략공천 1호’로 권은희 후보(광주 광산을)를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큰 위기를 맞았다. 광산을 전략공천에 대한 역풍이 수도권으로 북상해 유리한 지형 속에서도 초반부터 승기를 잡지 못한 채 끌려 다녔다. 당내에선 공공연히 “수도권에서 전패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안 대표는 13일 “15곳 가운데 5곳만 이겨도 잘하는 선거”라며 승리의 기준치를 5석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본래 새정치연합의 지역구는 5곳이었고, 야권연대를 했던 통합진보당의 지역구(전남 순천-곡성)까지 더하면 기존 야권의 지역구는 6곳이었다. 안 대표가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기준치를 낮게 잡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선거가 종반전으로 접어든 지난주 유병언 씨 시신 확인(22일)으로 다시 불붙은 검경의 부실 수사 논란, 야권 후보 단일화(24일)로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하지만 각종 잡음과 논란을 무릅쓰고 서울 동작을로 끌어올린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정의당 노회찬 후보를 위해 후보직을 사퇴해버려 안 대표는 다시금 곤경에 처했다. 제1야당으로서는 서울 유일의 선거구에 후보를 내지 못하는 망신스러운 상황이 됐다.

7·30 재·보선 참패로 인해 조기 전당대회론은 안 대표에게 가장 가시적인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안 대표는 30일 밤 측근들과 모여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이지만 안 대표가 임기를 7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될 경우 차기 대권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재·보선에서 당선은커녕 측근을 단 한 명도 후보로 내세우지 못해 원내에서 거센 책임론을 나눠 질 ‘안철수 사람’이 없는 것도 안 대표로서는 답답한 점이다. 현재 원내의 ‘안철수 사람’은 송호창 의원이 유일하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30일 밤 재·보선 참패에 대해 “여러 가지 부족함을 보여 정부 여당을 견제하고자 하는 국민의 뜻을 받아 안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와 ‘공동운명체’인 김한길 공동대표는 이날 밤 병원에 입원했다. 김 대표 측은 “심신이 지쳤다”고 했다. 두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는 31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배혜림 기자 be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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