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의 최대 이변은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의 당선이다. 여론조사에서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앞섰지만 실제 그가 당선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통령의 남자’로 불리는 이 후보의 당선은 오랜 ‘지역구도’를 깨고 호남에서부터 새로운 정치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여권의 불모지 호남에서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광주 서을(乙)에 출마했을 때 이 후보는 겨우 1.03%를 얻는 데 그쳤지만 2012년 총선에선 39.7%를 득표했다. 그는 서슬 퍼런 전두환 신군부정권 시절인 1984년 호남 출신으로는 드물게 민주정의당 당직자로 정치를 시작해 한 번도 당적을 바꾸지 않고 호남 민심에 구애함으로써 “사람은 괜찮은데 정당이…” 했던 표심을 돌려놓았다. 호남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배출되기는 1996년 15대 총선 때 전북 군산을(乙)에서 신한국당 강현욱 의원이 당선된 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새정치연합 김부겸 후보가 지난 6·4 대구시장 선거에서 넘지 못한 영호남 지역 구도를 이 후보가 마침내 뛰어넘은 것이다.
순천시와 곡성군 주민은 이 후보가 내건 ‘예산 폭탄’에 마음이 이끌렸을 수 있다. 이념이나 지역감정에 집착하는 정당보다는, 실제 내 고장을 발전시킬 일꾼이 절실하다는 심리가 표로 나타났다. 이 후보의 당선은 이제 호남에서도 새정치연합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의 당파 싸움에 대한 유권자들의 엄중한 심판이다. 한국 정치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