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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새누리당 이정현 ‘호남發 선거혁명’ 일으켰다

입력 | 2014-07-31 03:00:00


이번 선거의 최대 이변은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의 당선이다. 여론조사에서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앞섰지만 실제 그가 당선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통령의 남자’로 불리는 이 후보의 당선은 오랜 ‘지역구도’를 깨고 호남에서부터 새로운 정치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여권의 불모지 호남에서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광주 서을(乙)에 출마했을 때 이 후보는 겨우 1.03%를 얻는 데 그쳤지만 2012년 총선에선 39.7%를 득표했다. 그는 서슬 퍼런 전두환 신군부정권 시절인 1984년 호남 출신으로는 드물게 민주정의당 당직자로 정치를 시작해 한 번도 당적을 바꾸지 않고 호남 민심에 구애함으로써 “사람은 괜찮은데 정당이…” 했던 표심을 돌려놓았다. 호남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배출되기는 1996년 15대 총선 때 전북 군산을(乙)에서 신한국당 강현욱 의원이 당선된 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새정치연합 김부겸 후보가 지난 6·4 대구시장 선거에서 넘지 못한 영호남 지역 구도를 이 후보가 마침내 뛰어넘은 것이다.

순천시와 곡성군 주민은 이 후보가 내건 ‘예산 폭탄’에 마음이 이끌렸을 수 있다. 이념이나 지역감정에 집착하는 정당보다는, 실제 내 고장을 발전시킬 일꾼이 절실하다는 심리가 표로 나타났다. 이 후보의 당선은 이제 호남에서도 새정치연합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의 당파 싸움에 대한 유권자들의 엄중한 심판이다. 한국 정치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우리 정치가 발전하려면 이정현 같은 사람이 영호남에서 앞으로 더 나와야 한다. 그래야 영호남에서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국회의원 배지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지역주의와 안일한 정치 행태를 극복할 수 있다. 지역감정에 기대기를 거부한 호남의 이정현과 대구의 김부겸 같은 일꾼이 많아질수록 한국 정치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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