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이후/지역주의 허문 호남 표심]새정치聯, 순천-곡성 예고된 패배
“공천에서부터 모든 과정이 잘못됐다. 이길 수 없는 선거였다.”
31일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선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을 뺏긴 7·30 재·보궐선거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들이 꼽은 최대 패인(敗因)은 공천 과정 논란이었다. 이번 재·보선에 후보로 나선 서갑원 전 의원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1년 1월 의원직을 상실했다. 같은 해 4월 치러진 보궐선거, 2012년 총선에서는 통합진보당 김선동 전 의원이 연거푸 당선됐지만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투척(2011년 11월)해 물의를 빚었다. 특히 통진당의 종북(從北) 논란이 계속되면서 지역에선 “이러려고 야권연대를 했느냐”는 비판이 높았다.
서 전 의원의 선거 유세도 도마에 올랐다. 서 전 의원은 유세 기간에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예산 폭탄’ 공약을 비판하고,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유병언 씨 부실수사와 관련해 전남경찰청장, 순천경찰서장이 직위해제된 것은 호남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전남 지역의 한 의원은 “지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게 지역 발전을 위한 예산인데 반대만 했으니 민심이 어디로 흘렀겠느냐”면서 “한쪽에선 지역주의 벽을 허물겠다고 호소하는 판에 다른 한쪽은 지역주의를 부추겼으니…”라며 혀를 찼다.
재·보선은 투표율이 낮아서 조직 가동이 필수적이지만 서 전 의원은 조직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새정치연합 소속 순천-곡성 시의원, 구의원, 군의원 일부는 새누리당 이 의원을 물밑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우리가 지역 구도 타파에 앞장서야 한다”는 명분을 내걸었다고 한다. 한 당직자는 “이런 총체적 난국 속에서 새정치연합이 승리했다면 순천-곡성은 변화를 거부하는 지역이란 오명이 붙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