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號,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만경영 개선을 완료한 공기업들을 중점관리대상에서 해제하는 등 공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제약하던 족쇄들을 조기에 풀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의 부채 감축 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던 전임 현오석 부총리의 정책방향을 확 바꾸면서 경기 활성화에 공공기관들까지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에 투자 활로를 터줘 내수활성화에 힘을 보태도록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개혁의 강도가 약화되거나 부채가 다시 늘어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31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와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을 열어 ‘새 경제팀 공공기관 정상화대책 추진방향’을 확정하고 “공공기관들이 부채 감축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렇게 마련된 5조 원을 임대주택 건설, 중소기업 지원, 철도 안전투자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까지 공급하기로 한 41조 원의 재정 확대 패키지와 함께 공기업 부채 절감으로 확보한 재원을 경기부양에 쏟아붓겠다는 의미다. 공공부문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제2서해안고속도로, 평택3복합발전소, 영남복합발전소 등 공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사업에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또 방만경영 개선을 위한 노사협약을 타결한 17개 기관 중 한국거래소, 무역보험공사 등 11개 기관을 ‘방만경영 중점관리 대상’에서, 한국감정원 등 2곳은 ‘방만경영 점검기관’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LH, 한국가스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사실상 부채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공기업에 대해서는 무리한 부채 감축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목표 달성 시점을 늦춰주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당초 2017년까지 부채가 과다한 공공기관들의 부채비율을 200% 미만으로 낮추도록 했다. 대신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분위기가 느슨해지지 않도록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과다 부채 및 방만경영 평가 배점을 올해 20점에서 내년에는 29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 방침이 급변함에 따라 공공기관들의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그동안은 부채 감축에 모든 경영 초점을 맞췄는데 이제는 다시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한 재정 전문가는 “환율 변동으로 생긴 부채 여력을 투자로 돌렸다가 나중에 환율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때 부채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면서 “경기 부양 총력전에 필요하다 해도 부채비율이 높은 공공기관들을 다시 과도한 투자에 나서게 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세종=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