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때 한국 대표팀은 한화 류현진(27·현 LA 다저스)과 삼성 오승환(32·현 한신)을 마운드에 올리고도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 나온 일본 대표팀에 7-10으로 패했습니다. 그러자 짓궂은 누리꾼 한 명이 일본 대표 선수 중 누구는 오뎅 장수고, 누구는 트럭 운전사라는 내용의 ‘자작 소설’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물론 사실과 다른 이야기입니다. 당시 ‘오뎅 장수’로 지목된 조노 히사요시(30)는 지금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에서 외야수로 뛰고 있습니다. 조노는 당시 니혼대에 재학 중이었기 때문에 사회인 야구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그 대신 2007년 대학 졸업 후 3년간 사회인 야구팀 혼다에서 뛰었습니다.
실력이 부족해 그랬던 건 아닙니다. 대학 졸업반 때 프로야구 니혼햄에서 4순위로 뽑으려 했지만, 그는 지명을 거부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요미우리에서 뛰는 게 꿈이었기 때문이었죠. 조노는 2009년 말 신인지명회의(드래프트) 때 기어이 요미우리 지명을 받아냈고, 2010년 타율 0.288, 19홈런, 52타점으로 최우수 신인상을 탔습니다. 이듬해에는 리그 타율 1위(0.316)에 오르며 완전히 붙박이 주전 자리를 꿰찼고요.
지난해 일본 사회인 야구팀 하쿠와 빅토리스에서 뛰었던 고양 원더스 포수 정규식(24)은 “(일본 프로야구) 2군 팀과 연습 경기를 자주 했는데 이길 때가 더 많았다. 사회인 야구팀은 특히 수비가 아주 좋은 게 특징”이라며 “사회인 야구에서는 전국 토너먼트 대회 두 개가 사실상 전부다. 토너먼트에서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고교 야구 대회) 고시엔 이상의 긴장감 속에서 절실함을 안고 뛴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기본이 탄탄한 선수들이 많다보니 요미우리 같은 명문 팀도 포수 유망주를 사회인 야구팀에서 데려오기도 합니다. 요미우리에서 아베 신노스케(35)의 포수 후계자로 불리는 고바야시 세이지(25)는 지난해 사회인 야구팀 일본생명에서 뛰었습니다. 도시샤대를 졸업하면서 “드래프트 1순위가 아니면 프로에 가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했고, 사회인 야구에서 2년간 실력을 갈고닦아 정말 1순위 지명을 받아낸 겁니다. 이런 선수들이 뛰는 곳이 일본 사회인 야구입니다.
투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까지 사회인 야구 JX에네오스에서 뛰다 지금은 프로야구 요코하마의 마무리 투수가 된 미카미 도모야(25)는 7월 31일 경기 전까지 올 시즌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같은 기간 오승환의 평균자책점이 2.08입니다. 지난해 사회인 야구 도쿄가스에서 뛰면서 54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50을 기록했던 이시카와 아유무(26)는 올해 프로야구 지바롯데의 에이스로 발돋움했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인천에서 맞붙을 일본 선수들이 당장 내년에 일본 프로야구 스타로 떠오른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물론 그래도 ‘이번 아시아경기 때 한국 프로선수들이 밀리느냐’고 물으신다면 ‘아니요’라고 답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도하 아시아경기 때를 빼면 진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밀릴 수도 있느냐’고 물으시면 ‘그럴 수도 있다’고 답하는 게 맞을 겁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미국이 안방에서 한국에 질 수 있는 게 야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