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이 끝난 다음날 전남 곡성군 곡성읍의 한 커피숍에서 들려온 대화의 한토막이다. 이야기를 꺼낸 박정규 씨(48)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양반 효심을 보고 지지한 주민도 꽤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보선에서 '선거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여당의 불모지였던 호남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의 당선에는 야당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진정성'이 먹혔다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그 개인의 됨됨이를 알아볼 수 있는 '효심'도 지역 주민에게 큰 영향을 줬다는 것.
이 의원의 고향마을 신형규 이장(55)은 "그가 효자라는 것은 동네 주민 모두 안다. 그 집안이 부모 모시기에 극진하고 형제간 우애도 좋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부모는 평생 농사를 지은 농군이다. 이 의원은 매일 오후 7~8시 모친 장귀옥 씨(80)에게 안부 전화를 건다.
이 의원은 2008년 18대 국회 때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기 전까지 1~2주일에 한번씩 시골집에 가 어머니를 모시고 보건소에 다니는 일을 빼먹지 않았다. 작은 아버지 재홍 씨(68)는 "조카(이 의원)는 고교 시절 부모가 힘들게 농사를 지어 번 돈이 아깝다며 수학여행 가는 것을 포기한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이 의원이 당선된 날 팔순 생일을 맞은 장 씨는 "정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국회의원 합동유세를 보고 온 뒤 정치인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부친 이재주 씨(83)는 "고향이긴 하지만 쉽지 않은 곳에서 당선됐으니 책임이 더 큰 것"이라며 "잘 해낼 것으로 믿지만 공약을 제대로 지키는지 나부터 잘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