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살인 용의자 50대 여성 검거 체포때 “내가 둘 다 죽였다” 진술뒤… “외국인애인 살해… 남편 자연사” 번복 경찰, 한국인 확인… 거짓진술 드러나, 살해 동기- 공범 여부 집중 수사
경기 포천의 빌라에서 발생한 ‘고무통 변사 사건’의 용의자 이모 씨(50·여·오른쪽)가 포천경찰서로 호송되고 있다. 포천=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경찰은 이날 오전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의 한 섬유공장 외국인 노동자 컨테이너 기숙사에서 이 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체포 당시 울먹이면서 “내가 둘 다 죽였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는 “집에 있는 시신 두 구는 남편과 외국인 애인”이라며 “남편은 자연사했고 애인은 내가 직접 죽였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 씨는 남편의 사인(死因)에 대해 “어느 날 베란다에 쓰러져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조사받는 것이 두려워 고무통에 넣었다”고 진술했다. 애인 살해에 대해선 “집 안에서 다투다 2m 길이의 스카프로 목을 세 번 감고,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165cm 길이의 비닐 랩으로 얼굴을 감아 질식시켰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범이 있는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이 씨는 “내가 키가 작아도(150cm 안팎) 몸무게는 100kg이고 힘이 좋다”며 “혼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성 혼자서 남자를 살해한 후 고무통 안에 포개놓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여기에 이 씨가 시신 발견 이후 여러 사람과 접촉한 점 역시 공범의 존재 가능성을 높인다. 경찰은 이 씨의 통신기록 조회를 통해 스리랑카 국적의 S 씨와 여러 차례 연락한 기록을 확보하고 S 씨 숙소에서 이 씨를 검거했다. S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달 31일 오후 이 씨가 맥주와 안주를 사들고 컨테이너 기숙사를 찾아왔다”고 진술했다. 이 씨는 시신이 발견된 지난달 29일에는 다른 한국인 남성의 집에 머물렀고 30일에는 노숙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일 경찰에 “시신 부패가 심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어렵다”고 통보했다. 경찰은 빌라에서 발견된 남편 박 씨 명의의 휴대전화가 6월 4일까지 사용된 기록을 확인하고 적어도 이때까지는 박 씨가 살아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포천=박성진 psjin@donga.com / 박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