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자의 눈/손영일]野, 지금 방송사 찾아가 농성할 때인가

입력 | 2014-08-02 03:00:00

[재보선 이후/요동치는 새정치聯]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경위 규명”… 증인석 올린다며 MBC 무단방문
‘언론 길들이기’로 보일 행동 왜…




손영일·정치부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위원들은 1일 MBC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새누리당과 협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MBC가 ‘전원 구조’ 오보(誤報)를 낸 경위 등을 검증하겠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날 야당 위원들의 방문은 MBC 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MBC는 “현장조사란 이름의 근거도 없고 터무니없는 정치공세에는 응할 수 없다”며 문 앞에서 진입을 막았다. 야당 위원들은 MBC 조치에 반발해 출입구 앞에서 1시간여 동안 농성을 벌이다 철수했다. 다수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다.

정치권이 언론사를 상대로 조사에 나선다는 것은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임을 새정치연합 의원들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MBC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공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자칫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언론에 대해 실력행사를 통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것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 세월호 국조특위 실시를 앞두고 기관보고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은 “MBC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연합이 ‘오보에 대한 검증’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 또한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실시간으로 속보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방송뉴스의 특수성은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MBC 노동조합이 지난달 8일 ‘MBC 길들이기 시도 즉각 중단하라’란 성명을 통해 “이전에도 대형 사건사고 보도 과정에서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것을 빌미로 언론사를 국회 증인석에 올리겠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새정치연합은 7·30 재·보궐선거에서 민심의 준열한 심판을 받았다. 당내에선 자성과 참회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아직도 그 평가의 의미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 같다.

손영일·정치부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