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죽음들은 오래도록 지속된다/파트릭 펠루 지음·양영란 옮김/320쪽·1만5000원·갈라파고스
의술이 발달하기 전 의사들은 본분과는 달리 죽음을 재촉하는 역할을 했다. 왕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왕이 아프면 ‘나쁜 기운을 제거하기 위해’ 부지런히 피를 뽑고 관장을 했다. 선천적인 결핵환자였던 샤를 9세(1550∼1574)도 피를 뽑히다 만성 빈혈과 탈수 증세, 결핵균으로 인한 호흡곤란에 시달리며 죽었다.
사형당하는 장면은 더 끔찍하다. 죄인이 사지가 찢겨 죽는 장면을 묘사한 대목은 19금 하드코어물이다.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등장한 단두대는 사형 집행에도 평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신념의 결과물이었다. 그 이전까진 귀족은 잘 벼린 칼로, 평민은 도끼로, 이보다 못사는 이는 무딘 칼로 머리가 잘렸다.
목격하지 않은 죽음을 묘사하면서 참고문헌을 제시하지 않은 점, 드문드문 요령부득의 원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매끄럽지 못한 번역 문구가 아쉽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