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체험 클리닉]<13>손상된 목소리 교정
김승련 채널A 기자(왼쪽)가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음성클리닉에서 최홍식 이비인후과 교수로부터 인후두 부위를 검진 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입힐 때 지적을 자주 받았다. “폭탄이 터지는 군사훈련이 영상으로 나가지만 정작 나긋한 다큐멘터리 음성 같다” 는 평가도 들었다. 더 파워가 필요하고, 높은 톤을 요구받았던 것이다. 》
나름대로 찾아낸 해법은 방송에서 구호 외치듯 큰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분석적인 설명을 할 때도 목청을 무리하게 짜냈다. 그러는 2년 동안 목은 서서히 지쳐갔고, 쉰 소리가 느껴졌다. 어쩌면 자초한 일이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이때 누군가가 목소리가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고 했다.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았다. 지난달 9일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음성클리닉의 문을 두드렸다.
○ “목소리 정상인데요?”
임 치료사는 목소리를 주로 사용하는 직업의 기자에게 다양한 주의사항을 제시했다. 우선 속삭이는 언어습관도 좋지 않다고 했다. 성대가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헛기침을 하거나 ‘흐흠∼’ 하면서 목청을 가다듬는 것 역시 성대가 과도하게 충돌해 큰 부담을 준다고 했다. 또 잠자기 전에 음식을 먹는 것도 안 좋다. 위산이 잔뜩 분비되는데 침대에 눕게 되면 위산이 목으로 올라와 성대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야식과 밤참은 목소리의 적이라는 말이다.
안타깝게도 세 가지 모두 기자의 습관에 일치했다. 어쩌면 방송에서의 무리한 ‘샤우팅’만이 목소리 손상의 원인이 아닌 게 분명했다. 이비인후과 최홍식 교수가 기자의 성대를 영상에 비췄을 때도 같은 결과를 목격했다. 위산 탓인지 성대 위쪽이 만성적으로 붓고 충혈돼 있었다.
약은 처방받지 않았다. 그 대신 클리닉에선 가슴이 아니라 배로 숨쉬는 복식호흡 훈련을 권했다. 발성량도 늘리고, 힘 있고 자신감 있는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성악가나 가수의 영역으로만 여겼던 복식호흡을 클리닉에서 남도현 교수의 도움으로 연습해 봤다. 잠깐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귀가한 뒤 큰 기대 없이 연습해 봤다. 손을 가슴에 얹고 코로 숨을 들이쉬면서 가슴이 아니라 배를 불룩 부풀렸다. 잠시 쉬었다가 입으로 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1, 2분이 흘렀다. 이후 열흘 넘게 생각날 때마다 해 봤다. 사무실에서도 해 봤고, 잠자리에 들 때 누워서도 해 봤다. 번거로웠고, 반짝 효과는 없었다. 하지만 한두 달 습관을 붙이면 새로운 호흡법이 내 몸과 체질을 바꿔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다.
남 교수와 마주 앉아 일대일 트레이닝을 받았다. 일반 환자가 클리닉을 찾으면 이런 치료는 통상 40분 지속된다. 건강보험 적용 없이 5만∼6만 원은 지불해야 한다. 기자는 20분 속성과정으로 경험했다. 남 교수는 “훈련하면 된다. 발성도 반복 연습으로 고칠 수 있고, 힘 있는 소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허리와 턱의 바른 자세를 갖춰 내가 타고난 성대의 마찰과 울림을 최적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가장 큰 지적은 턱의 위치에 관한 것이었다. 남 교수는 “드라마 속 내시(內侍)의 전형적 자세는 우연이 아니다. 턱을 내밀면 음성이 가늘어지고, 턱을 당기면 장군 소리를 낼 수 있다. 턱을 당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주치의 한마디]“빨리 먹는 것도 인후두에 무리… 식습관 바꿔야”▼
최홍식 강남세브란스 음성클리닉 소장
인후두염이 심하면 위산이 역류해 침에 스며들게 된다. 그 부위가 허옇게 부어 오르고 성대 점막도 부분적으로 충혈된다. 이 때문에 쉰 목소리가 나고, 침을 삼킬 때 목 안에 무엇인가 걸린 듯한 증상이 생겼던 것이다.
앵커를 하면서 목을 무리하게 사용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음식을 먹는 습관도 증상을 악화시키는 데 한몫했다.
음식물을 넘길 때는 식도를 열고 닫는 ‘상하부 식도괄약근’을 사용한다.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보다 천천히 먹어야 하는데, 빨리 먹는 식습관이 있을 경우 인후두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김 기자는 목소리 클리닉을 받는 동시에 음식양을 줄여나가야 한다. 그래야 위산 역류와 호흡기 점막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체중을 1∼2kg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물은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게 좋고 고카페인 음료나 커피는 삼가는 것이 좋다.
최홍식 강남세브란스 음성클리닉 소장
김승련 채널A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