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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복을 빕니다]박용학 前대농그룹 명예회장

입력 | 2014-08-04 03:00:00

면방직 선구자… 미도파백화점 경영도




미도파백화점을 한때 운영했고 무역협회장을 지내면서 ‘재계의 맏형’으로 불렸던 박용학 전 대농그룹 명예회장(사진)이 2일 별세했다. 향년 99세.

1915년 강원 통천(通川)에서 태어난 고인은 1935년 원산상고 졸업 후 1946년 ‘대한계기제작소’ 설립을 시작으로 경영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오양실업’과 ‘대양비료’ 등을 세우며 기업가로 경험을 쌓던 고인은 ‘내수보다 수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1955년 대농그룹의 전신인 무역회사 ‘대한농산’을 설립했다. 한국의 경쟁력있는 수출품목은 방직물이란 판단 아래 1968년 금성방직과 태평방직을 인수하면서 한국 면방직 업계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한다. 1969년 미도파백화점을 인수하며 유통업에도 진출한 고인은 1973년 그룹명을 ㈜대농으로 바꾸고 대기업으로 도약할 태세를 갖췄다.

고인은 1970년대 중반 석유파동과 국제원면 시세 폭락 등으로 그룹이 법정 관리에 처하자 부동산 및 계열사 매각 등 사업 정상화에 힘을 쏟았다.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대농그룹은 내외경제와 코리아헤럴드를 인수하면서 다시 사세를 확장했고 고인은 1989년 아들인 박영일 전 대농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특유의 친화력과 유머 감각으로 ‘재계의 마당발’로 불리기도 했던 고인은 1991년 2월 민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무역협회 21대 회장으로 선출돼 1994년까지 협회를 이끌었다. 한일경제협회 회장, 한중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대농그룹은 한때 재계순위 30위권에 들 정도로 성장했지만 고인에 이어 1990년대 대농그룹을 이끌었던 박 전 회장의 무리한 확장으로 자금 압박이 가중됐다. 여기에 당시 미도파백화점을 적대적 인수합병하려는 신동방그룹에 맞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부실이 심화됐다. 결국 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며 대농그룹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98년 대농그룹 부도로 199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미도파백화점은 2002년 롯데그룹에 인수됐다. 고인은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자녀의 집에 머물면서 칩거했다. 자택이 경매로 넘어가고 분식회계에 따른 소송에 시달리면서 쓸쓸한 노년을 맞아야 했다.

유족으로는 아들인 박 전 대농그룹 회장과 딸 선영, 경희 씨와 은희 디큐브아트센터 극장장, 사위인 이상렬 청운대 총장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4일 오전 7시 반.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