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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방형남]고려인들의 ‘통일 대장정’

입력 | 2014-08-05 03:00:00


올해는 고려인의 러시아 이주 150주년이다. 고려인은 옛 소련에 살고 있는 한인들을 뜻한다. 1863년 함경북도 경원 출신 60여 명이 두만강을 건너 연해주 지신허 마을에 정착했다. 하와이 농업 이민보다 39년이 앞선 최초의 집단 해외 이주였다. 기록상으로는 151주년이 맞지만 고려인들은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이주를 인정한 1864년을 기산점으로 삼아 올해를 150주년으로 기념하고 있다.

▷고려인들이 기념사업으로 기획한 ‘통일 대장정’ 자동차 랠리팀이 현재 러시아 극동지방을 달리는 중이다. 7월 7일 모스크바를 출발한 랠리팀은 시베리아와 연해주를 거쳐 이달 9일 북한으로 들어간다. 12대의 자동차에 분승한 30여 명의 고려인은 나진 원산 평양을 경유한 뒤 16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1만5000km에 이르는 대장정이다. 조 바실리 고려인협회 회장은 “자동차 대장정이 통일과 남북관계를 푸는 데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려인의 역사에는 우리 민족의 슬픈 과거가 담겨 있다. 연해주는 일제강점기 항일 투쟁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우수리스크에 있는 애국지사 이상설 유허비에는 나라 잃은 백성의 설움이 절절한 선생의 유언이 새겨져 있다. “나는 조국 광복을 보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니 어찌 고혼인들 조국에 돌아갈 수 있으랴. 내 몸과 유품은 모두 불태우고 그 재마저 바다에 날린 후 제사도 지내지 말라.” 고려인들은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는 수난을 겪었다.

▷북한은 평양에서 열리는 8·15 기념행사 참가를 조건으로 랠리팀의 북한 종단과 군사분계선 통과를 허락했다. 북한도 남북 화해를 바라는 고려인들의 염원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랠리팀이 서울에 도착하면 100여 명의 국민참여단이 가세해 부산까지 장정을 계속한다. 타국에서 독립투쟁을 하던 고려인들의 후손들이 통일을 기원하며 추진한 자동차 랠리가 남북 경색을 푸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올해 9월에는 북한이 참가 의사를 밝힌 인천 아시아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