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에인 핸슨, 여행객, 1988년.
미국의 예술가 두에인 핸슨의 말이다. 그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듯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도시민의 권태감을 조각으로 표현했다.
공항 대합실 바닥에 주저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배불뚝이 중년남자, 그는 피서지로 떠나는 여행객이다. 반바지를 입고 셔츠는 풀어 젖힌 데다 커다란 여행가방에 등을 기대거나 팔을 얹고 토막 잠을 자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잠든 남자의 모습은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하품이 나온다. 여행의 들뜬 기분은커녕 삶이 따분하고 지겹고 지루하게 느껴지게 한다.
핸슨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인물상을 만드는 조각가로 유명하다. 그는 라이프 캐스팅 기법을 이용해 살아있는 모델의 몸에서 직접 실물 주형을 뜬다. 그리고 실물 크기의 조각상에 사람의 머리카락을 심고, 모델이 입던 옷을 입히고, 소품을 배치해 완벽한 가짜를 창조한다.
그는 왜 권태에 찌든 남자의 조각상을 실물로 착각하게 만드는 걸까? 남자가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피터 투이는 인문서 ‘권태’에서 권태에서 탈출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여행을 떠나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행은 권태를 해소하는 하나의 탈출구다. 권태는 대개 어떤 새로움을 시도하는 걸로 충분하다…. 이 관습 깨기는 가끔 의도적인 충격요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 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