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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목자, 프란치스코]여자교황·최악의 교황… 다양한 ‘신의 대리인들’

입력 | 2014-08-06 03:00:00

교황 연대기
존 줄리어스 노리치 지음·남길영 옮김 872쪽·3만8000원·바다출판사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베드로 이후로 2000년간 280여 명의 교황이 가톨릭을 이끌었다. 그동안 성인(聖人)의 경지에 이른 교황도 있었지만 세속의 군주보다 더 잔혹하고 죄악에 찌들었던 교황들도 있었다. 영국 역사가인 저자는 이단 논란을 비롯해 신성 로마제국, 바티칸 시국에 이르기까지 역대 교황들의 행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외교관 출신인 저자는 이 책을 준비하느라 꼬박 25년이 걸렸다.

교황들의 업적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의 역사적 사건과 연관해 이들의 진정한 면모까지 풀어냈다. 일반적으로 가톨릭에서 교황권은 마태복음 16장을 근거로 사도 베드로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그러나 저자는 이에 의문을 제기한다. 로마의 주교를 교황으로 삼는 가톨릭의 전통을 돌이켜볼 때 베드로는 주교를 지낸 적이 없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 중에서 여자 교황 조안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조안이 출산으로 여성임이 드러나 자리에서 쫓겨나자 후임자인 베네딕토 3세부터 교황 선출 시 구멍이 뚫린 의자에 앉아 고환을 확인하는 전통이 생겼다는 얘기다.

포르모소 교황의 사후 재판 일화는 충격적이다. 스테파노 6세가 896년 이미 장례를 치른 전임 포르모소 교황의 시신을 파내 생전에 입던 제의를 입히고 정식 재판을 받게 한 사건이다. 포르모소 교황은 위증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사제품을 비롯한 생전 그의 모든 행위가 무효화됐다. 그의 시신은 로마 테베레강에 버려졌다.

역사상 최악의 교황은 알렉산데르 6세가 꼽힌다. 15세기 교황을 지낸 그는 문란한 성생활을 즐겼고 아들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줬다. 그는 정조를 지킬 것을 설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정부를 거느리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자신을 죽이려 한 암살자를 용서한 교황도 있었다. 1981년 성 베드로 광장을 지나던 요한 바오로 2세에게 무신론자 메흐메트 알리 아으자가 총을 쐈다.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진 교황은 아자를 용서한다고 발표한 뒤 1983년 감옥에 있던 그를 만났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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