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중재로 ‘72시간 휴전’ 돌입… 민간인 1850명 사망 ‘전쟁범죄’ 비난 NYT “양측 충돌 2008년 판박이”… 로켓공격서 휴전까지 똑같은 패턴
지난달 8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1850여 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땅굴을 파괴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중동 국가들뿐 아니라 우방인 미국으로부터도 민간인을 대량 살상하는 전쟁범죄자로 비판받는 처지에 몰렸다.
국제사회의 거센 압박 덕분에 당분간 휴전 합의가 지켜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이번 전쟁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그러나 근본적 해결은 아니어서 오래가진 못할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NYT에 따르면 양측의 두 차례 충돌은 ①하마스 로켓 공격과 이스라엘의 강력 대응 ②미국의 이스라엘 지지 ③하마스의 재공격 ④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⑤유엔 개입 ⑥휴전 순으로 전개됐다.
이 때문에 2008, 2009년 휴전 이후 5년 만에 또다시 충돌이 일어난 것처럼 이번 휴전 합의도 평화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선 것처럼 보였지만 결과는 항상 제자리일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원을 그리며 제자리를 맴도는 ‘환상방황(環狀彷徨)’이라는 말로 이 현상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5년 전 충돌과 다른 점도 꽤 두드러진다. 이스라엘은 2008, 2009년 가자지구 침공 당시 하마스 로켓을 대거 파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하마스의 공격용 터널을 찾아 파괴하는 데 주력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지상군 투입으로 ‘하마스 땅굴’ 32개를 모두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재래식 땅굴에 노이로제 반응을 보여 왔다. 전쟁사학자인 제럴드 디그루트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 교수는 “땅굴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쪽이 첨단 무기로 잘 무장된 상대방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싸고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전면전이 아니라 게릴라전을 수행하는 데 땅굴만큼 좋은 수단이 드물다는 것이다.
또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립 양상이 미국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길게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스라엘의 유엔학교 포격을 두고 3일 이례적으로 “수치스럽다. 경악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