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행위 시달리던 李상병 자살 軍 “전역일 넘겨 민간인으로 사망”… 소관 아니라며 조사 제대로 안해
육군이 가혹행위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다가 전역한 당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모 상병(22)에 대해 전역일에서 4분이 지난 뒤 사망 진단이 나왔다는 이유로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제2탄약창 경비중대 소속이던 이 상병은 지난달 10일 군사재판을 통해 전역을 ‘명’받고 집에 돌아와 오후 10시 40분경 아파트 18층에서 뛰어내렸다. 가족과 헌병이 이 상병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약 1시간 20분 뒤인 11일 0시 4분 의사는 이 상병에 대해 사망 진단을 내렸다. 이를 두고 육군은 “규정상 전역 당일 밤 12시까지 군인 신분이 유지되기 때문에 민간인 신분이 된 고인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고 밝혔다.
이 상병은 군 복무 중 상습적인 구타 등 가혹행위로 정신질환까지 앓았던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드러났다. 부대 내에서 불거진 문제가 자살로 이어진 정황이 충분한데도 군 당국은 사건 발생 26일이 지난 뒤에도 진상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유족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육군 28사단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만큼 이번 사건도 다시 철저하게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군 검찰은 이날 윤 일병 사건 4차 공판에서 가해자들에게 강제추행죄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하고 군사법원에 재판 관할을 28사단에서 3군사령부로 이전해줄 것을 신청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