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마르네요. 물 좀 떠다 주세요."
김모 씨(44)는 4월 23일 오후 7시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고급아파트 안방에서 집주인 오모 씨(70·여)에게 태연히 이렇게 부탁했다. 부동산업자와 집을 보러 왔다는 김 씨는 집 구매에 큰 관심을 보이며 안방에 놓인 장롱 크기를 줄자로 재고 있었다.
김 씨는 주인 오 씨가 주방에서 가져온 물 컵에는 손도 대지 않고 "아파트 앞에 세워둔 차를 이동주차 해달라고 하니 금방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김 씨가 떠난 뒤에야 오 씨는 안방 화장대에 있던 4500만 원짜리 롤렉스 시계가 없어진 걸 알았지만 남편에게 혼날까봐 혼자 속앓이를 해야했다.
김 씨는 6월 19일 서울 서초구 아파트에서 범행한 뒤 신고가 접수돼 경찰 추적을 받다가 7월 31일 고향인 제주도로 가던 길에 김포공항에서 체포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김 씨를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