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의제 강간죄 기준 나이를 지금의 13세 미만보다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세 이상 미성년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면 처벌받지 않는 점을 악용하는 교사나 학원 강사 등이 많아 조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박혜영 서울 해바라기 여성아동 센터 부소장은 6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 "저희같이 이런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유는 민법 등 다른 법률에서는 만 19세 미만까지는 음란물 차단, 술·담배 금지에 대한 규제를 두지만 유독 성행위만큼은 무척 관대해서 청소년 보호에 있어서 이중 잣대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술, 담배, 음란물 다 청소년에게 유해하니까 제한을 두는 것인데 어린 나이의 성관계야말로 임신, 출산이라는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어서 보호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부남인 학원 강사가 중학생 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사랑한다. 사귀자'며 여러 명의 중학생과 각각 비밀리에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했다가 부모가 알게 되어서 (저희 센터에) 왔던 일도 있었고, 또 성인인 친척 오빠가 중학생 친척 동생과 지속적으로 성관계하는 것을 부모가 알게 되어서 성폭력이라고 주장하며 저희 센터로 데려오지만, 본인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하면 만 13세만 넘으면 사건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저희가 돌려보내고 있다. 어떤 지원도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박 부소장은 "가해자들은 이런 연령의 아동은 본인이 합의하에 하게 되면 처벌이 안 된다는 것을 보통 알고 접근을 하고 성적으로 많이 이용한다"며 "(그 대상이 교사라면) 최악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피해 학생들은) 대부분 가정에 어려움이 있을 때 외부에서 애정을 구하는데 그게 교사일 때는 아이들이 쉽게 유인이 되고 이용당하는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런 사례는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2년 전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20대 중반 남자 교사가 3학년 여학생과 사귀면서 성관계를 했다. 여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이 사실을 알게 된 부모가 교사를 고소했지만, 교사는 "강제로 성관계를 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고, 여학생도 "선생님을 사랑했다"고 밝혀 검찰은 적용할 법 조항이 없어 무혐의 처분했다. 교사와 성관계를 할 당시 여학생의 나이는 15~16세였다.
2010년에는 30대 여교사가 중3 남학생과 성관계를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지만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대신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여교사는 해임됐다.
당시 새누리당은 아동·청소년 성 보호법 개정안 등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이후 흐지부지됐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