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교황청 소장 ‘황사영 백서’ 등 천주교 유물 특별展

입력 | 2014-08-07 03:00:00

‘서소문-동소문 별곡’ 8일 개막… 서울역사박물관서 석달간 열려
안중근 붓글씨 등 400여점 전시




서울역사박물관이 8일 개최하는 ‘서소문·동소문 별곡’ 특별전에 전시하는 ‘황사영 백서’의 일부. 천주교 신자인 황사영이 1801년 작성한 이 비밀 편지는 현재 교황청 민속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동양 여러 나라도 서양 선교사를 용납하여 맞아들이는 게 해로운 일이 없다는 것을 거듭해서 타이르면 반드시 온 나라가 두려워하여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조선 조정이 가톨릭을 탄압한 신유박해(1801년) 당시 신자 황사영이 청나라 구베아 주교에게 쓴 ‘황사영 백서’의 한 대목이다. 이 비밀 편지에는 수백 명의 가톨릭교도가 순교한 신유박해의 상황과 대책 등이 적혀 있다. 폭 62cm의 흰색 비단에 무려 1만3311자의 한자가 정자체로 빼곡히 적혀 있어 절박했던 황사영의 심경이 그대로 전해진다.

황사영은 이 백서를 인편을 통해 중국 베이징으로 보내려다 의금부에 적발돼 순교했다. 특히 백서 중에 가톨릭 박해를 막기 위해 청나라 군대까지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들어 있어 이후 조정의 탄압은 더 가혹해졌다. 이 백서는 고종이 가톨릭 포교를 허용한 뒤 1894년 뮈텔 대주교에게 전달됐다. 이어 1925년 로마에서 조선인 순교자 79위 시복식이 열린 것을 계기로 교황청으로 넘어갔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함께 8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서소문·동소문 별곡’ 특별전을 연다. 교황청 민속박물관이 소장한 황사영 백서 등 유물 5점을 비롯해 총 400여 점의 천주교 역사 유물이 대거 전시된다. 박물관은 이 전시회를 올해 말 열 계획이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소식이 전해지자 일정을 앞당겼다.

박물관이 전시 주제로 잡은 서소문(현 서울 중구 서소문동)과 동소문(종로구 혜화동)은 조선시대 한양 도성에 자리 잡았던 문으로 우리나라 가톨릭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작지 않다. 서소문은 천주교 최대 순교지로 한국 성인 103위 가운데 44위가 이곳에서 숨을 거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복미사를 집전하기 직전에 참배할 곳도 서소문 순교지다.

동소문 역시 최초의 남자 수도원인 베네딕도회 백동수도원이 설립된 곳으로 가톨릭 인재양성의 요람이었다. 현재도 가톨릭대 신학대와 동성중·고등학교, 혜화동 성당 등 천주교 시설들이 몰려 있다. 가톨릭이 국교인 필리핀 노동자들이 정기적으로 벼룩시장을 여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회에선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이듬해인 1910년 3월 뤼순 형무소에서 쓴 친필 붓글씨도 볼 수 있다. 왼손 약지를 끊고 찍은 선명한 손도장과 힘 있는 붓글씨로 쓴 ‘경천(敬天)’이라는 두 글자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최근 서울대교구에 기증됐다.

서소문 밖 만초천에 있던 다리였던 ‘소의교’ 교각도 전시된다. 만초천 복개로 다리가 없어졌지만 끝내 남은 교각 하나가 최근 하수관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